소각하고 분할하고…상장 준비 마친 제일홀딩스
입력 2017.05.10 07:00|수정 2017.05.10 07:00
    거래소 예심 중...이르면 5월 중순 결과 받아
    지난해 리파이낸싱도 해결...공모금은 차입금 상환에 활용
    5월부터 대기업집단 지정...복잡한 지배구조 개선돼야
    • 하림그룹의 핵심 지주회사 제일홀딩스의 기업공개(IPO)가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이 지난해 진행됐고, 그룹의 부담이 됐던 차입금도 상장자금으로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월부턴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요건 충족을 위한 지배구조 정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홀딩스는 현재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5월 중순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홀딩스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첫번째 패스트트랙 대상자다. 45영업일이었던 심사일은 30영업일로 단축된다. 회사 측은 "거래소의 승인을 받은 직후 상장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도 마친 모습이다. 제일홀딩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1월부터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지만 그룹내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해 상장 계획은 수차례 미뤘다. 가장 먼저 5600억원 규모의 팬오션 리파이낸싱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상장을 위한 지분 정리 등 사전 작업도 정리해야 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소각하며 지분 구조를 정리한 모습이다. 특히 주요 주주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계열사 한국썸벧의 지분율이 크게 높아졌다. 2015년 말 기준 6.9%에 불과했던 김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기준 41.78%까지 늘어났다. 7.3%였던 한국썸벧의 지분율도 37.14%로 늘어났다.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요주주들의 지분율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2015년 말 기준 제일홀딩스 지분율의 80%가 자사주였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기주식 408만주를 전부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로 제일홀딩스의 주식수는 100만주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엔 유통 주식수를 늘이기 위해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역시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5000원이었던 액면가는 100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현재기준 제일홀딩스의 주식수는 5034만주로 늘어났다.

      팬오션 인수로 높아졌던 차입금 부담은 지난해 조정돼 부담을 덜었다. 제일홀딩스는 지난해 8월 KB금융그룹과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3300억원의 지원을 받아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제일홀딩스는 2015년 금융권으로부터 5680억원을 빌려 JKL파트너스와 팬오션 지분 52%를 매입한 바 있다.

      리파이낸싱으로 연 5%였던 이자도 3%초반으로 낮췄다. IPO 주관사단은 리파이낸싱에 도움을 준 당시 KB투자증권(현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상장 자금의 대부분은 인수금융 전액을 상환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인수금융 만기는 1년으로 약정돼 있다. 만기일인 오는 8월까지 상장을 마쳐 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일홀딩스의 공모규모는 4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홀딩스의 상장은 하림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팬오션, 파이시티 인수 등 공격적으로 M&A를 펼치며 하림그룹의 눈에 띄게 몸집은 커졌다. 작년 결산 기준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 오는 5월 1일부터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된다.

      공정위 기준에 따라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관계나 얽혀있는 지분 등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계열사간 소유 구조도 복잡하고, 가공과 유통을 통합 운영해 내부 거래 비중도 커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일홀딩스의 상장 이후 이중 지주사 체제를 우선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은 상장 전부터 제일홀딩스와 중간 지주사인 하림홀딩스를 합병해 단일화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하림홀딩스가 상장한 코스닥시장으로 상장을 결정한 이유도 이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제일홀딩스는 중간 지주사인 하림홀딩스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