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떼돈 번다'는 비판이 억울한 은행권
입력 2017.05.11 07:00|수정 2017.05.12 11:08
    [취재노트]
    • 올 1분기 국내 은행들은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2조9000억원) 대비 49% 늘어난 4조3000억원을 기록해서다. 지난 2011년 1분기(4조5000억원) 이후 6년 만에 달성한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이자 장사해 떼돈 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평가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은행들은 그 틈을 타 대출금리를 올리며 제 주머니만 챙긴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간 차이)는 1.99%포인트로 전달 대비 3bp(0.03%) 상승했다.

      금융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연체이자율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내용의 '연체금리 체계 모범 규준'을 만들어 도입하기로 했다. 이 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산금리 구성 항목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지난해 말 실시한 금리 체계 적정성 검사의 후속 조치다.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가산금리와 관련 없는 비이자이익 상승률이 88.4%(1조2000억원 증가)로 가장 높았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과 대출채권·투자 주식 매각익 등 일회성 이익이 9000억원가량 포함됐다.

      이자이익 증가율은 4.3%(4000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힘입어 운용자산이 꾸준히 확대돼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 1분기 이자수익 자산은 197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조원 늘었다. 정작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대비 3bp 오르는데 그쳐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대출은 3~6개월마다 금리가 자동으로 변동돼 반영되나 예·적금은 상품을 교체할 때 금리가 바뀌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면서 "이는 금리 하락기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며, 변동기가 지나면 은행들의 마진은 더 오르거나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내 은행들은 다른 수익원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자산 건전성 규제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은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으로 선정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총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보통주자본비율) 기준을 지켜야 한다. 각 자본비율은 분기 별로 집계해 발표되며 비율이 하락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연체율·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등 지표 또한 감독 대상이다. 은행들이 수익률 높은 고위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국내 은행업은 고질적인 '저수익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올 1분기 자기자본순이익률(ROE)가 9.71%로 '반짝' 상승했지만, 2012~2016년 5개년 평균 ROE는 3.45%에 그쳤다. 저금리 기조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ROE는 1.37%까지 떨어졌다.

      최근 비판에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을 굴려 돈을 버는 투자은행(IB) 역할은 증권사에 넘기고, 예금·대출에 집중하는 상업은행(CB) 업무에만 집중하라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이야말로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천수답(天水畓) 식 사업 구조를 가장 탈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