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회계법인 기피해" vs "감사 요청 안들어와"
해외기업 유치하는 거래소 느슨해졌다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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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대다수가 특정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회계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잇따르며 '차이나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상황에 '회계법인 쏠림현상'까지 겹치며 경영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국기업은 모두 6곳이다. 2011년 고섬사태 이후 가장 많은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이중 5곳은 상장을 위해 외부감사인으로 신한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신한회계법인은 회계감사 규모로는 업계 7위 수준이다. 다른 한 곳은 10위인 이촌회계법인이었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이 국내 상장기업 회계감사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을 맡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과거 대부분의 중국기업이 글로벌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시장에 직상장한 14개 중국 기업의 경우 상장을 위해 EY한영, 딜로이트안진, KPMG, 대주회계법인 등 다양한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겼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가 중소형 회계법인에 쏠리는 이유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감사법인이 단독으로 중국기업을 감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현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 책임소재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회계법인의 참여를 권장해왔다. 중국 현지의 회계법인이 실사를 하면 그 내용을 감독·검토하는 게 국내 회계법인의 역할이다.
국내 상장 기업들의 사례에 비해 국내 회계법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작다보니 발행사들은 용역비용이 저렴한 회계법인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요 4대 회계법인보다 외주비용이 1000만~3000만원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감사 과정이 비교적 덜 까다로워 중국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딜로이트안진을 국내 감사법인을 지정할 경우, 상하이딜로이트를 현지 감사인으로 선정해 공동으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회계법인의 감사가 까다로워 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회계펌에 감사를 받은 점을 투자 포인트로 앞세울 겸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에 외부감사를 맡기하자고 발행사에 제안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중국 발행사가 가격과 편의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섬사태' 이후 중국 기업 상장을 꼼꼼히 검토하겠다던 거래소도 이 부분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이 '고섬사태' 이후 까다로운 중국기업 감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발행사 측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거래소는 최근 2~3년간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 노력했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심사의 일부분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같은 '쏠림현상'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불거진 '차이나리스크'에 천천히 기름을 붓는 격이 될까 시장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장한 지 5년이 지난 중국 기업 중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중국원양자원과 완리인터내셔널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의 경우 허위 공시로, 완리인터내셔널의 경우 감사인에 충분한 자료를 소명하지 않아 외부감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 기업은 국내 상법이나 감사관련 법률 적용대상이 아닌 탓에 국내 증시에 입성하게 된 이후엔 경영이나 회계처리 부분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 상장 전 예비심사를 진행하는 거래소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는 현지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기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상장 기업인 에섹스바이오는 국내 회계법인 없이 현지 감사 결과만을 활용해 한국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상장폐지된 중국고섬 역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후 국내에서 2차상장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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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0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