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시 '1인당 수익성'이 주요 지표
내부 불만 고조.. 잦은 인력교체로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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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 투자은행(IB)부문 인력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부서 불문하고 효율성을 먼저 따지는 성과 측정 방식에 대한 내부불만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업계 최고 수준인 본사 영업직의 계약직 비중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IPO부 19명 중 7명이 최근 퇴사하거나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 7명은 사원~차장으로 모두 실무자 급이다. 이들 외에도 퇴사를 희망하는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팀 규모가 절반 정도로 축소하자 해당 부서도 긴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커버리지실, 유동화금융실 등에서도 소규모 퇴사가 있었다.
최근 2년간 하나금융투자 IPO부는 1700억원 수준의 주관 실적을 내며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주관 순위 10위권안에 들었다. 경쟁사에 비해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과거 하나금융투자의 실적을 보면 확연히 눈에 띄는 실적이다. 2014년 주관 금액은 약 427억원으로 순위권 밖이었다.
실적상승에도 불구, 주요 인력 퇴사가 이어지는데는 IB부문에 대한 부적절한 성과평가 시스템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1인당 수익'이라는 단일 지표를 다른 부서와 IB부문에 공통 적용하고는 비교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IPO부는 영업인력도 다수 필요해 비교적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도 그간 20여명의 인력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과급 일부는 추후로 이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실망한 IB부문 내부 인력들이 연이어 이직 또는 퇴사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사례를 본 다른 영업 직원들도 관련 부서 근무에 대한 지원을 꺼릴 것이라는 내부 불안감도 커졌다.
조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을 수 없는 회사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본사 영업직원의 계약직 비중은 증권사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IPO부 역시 구성원 대부분이 전문계약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년차 신입에게 지점을 갈지 본사에 남아 전문계약직이 될 지 선택하라는 경우도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잦은 인력 이탈로 인해 하나금융투자의 IB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매년 나간 인력만큼 다시 계약직으로 인력을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의 IB부문 순이익은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198억원에 그쳤다. 2015년 IB부문은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실적 기록했다고 자축했지만 하나은행의 도움이 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나은행과 협업해 연간 400억원의 이익을 냈던 인수금융 부문은 인력 유출로 위축됐다. 2~3년전만해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MBK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의 인수금융을 상당부분 도맡으며 해당부문 순위 1~2위를 차지했다. 2015년 이후 대형 증권사에 이마저도 밀려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는 인수금융부문 7위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IB부문 강화를 위해 박승길 KEB하나은행 IB사업단장에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까지 맡겼다. 은행과 증권의 IB 협업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조치다. 박승길 전무와 하나은행 IB팀은 이달 하나금융투자 여의도 본사로 사무실을 옮겼다.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크다.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으려는 은행의 보수적인 판단이 하나금융투자에도 그간 영향을 미쳐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은행이 부동산금융 등 일부 사업을 제외하곤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며 "하나금융투자 자체의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더 필요해보인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이 같은 외부평가에 대해 "성과급 지급이 완료되는 3월을 전후로 매년 비슷한 규모의 인력이 퇴사하고 있다"며 "업계에선 일상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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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12일 15: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