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2호 출범도 전에 3호? 마음 급한 금융위
입력 2017.05.16 07:00|수정 2017.05.17 09:48
    [취재노트]
    •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 안에 인가를 받는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업무보고 시 3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계획을 보고하고 올해 안에 인가를 내겠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등 꽤나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다.

      그러나 업계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새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호의적인 입장이 아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 새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첫 인가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장을 냈던 인터파크·핀테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SK텔레콤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지만,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투자해야 하는 자본금 규모는 적지 않은데 법·제도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위험이 크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K)뱅크에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올해 안에 자본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조차 올해 말쯤 증자를 하지 못하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맞추지 못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여전하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단기간 내 많은 신규 회원을 유치했지만, 은행권의 '새 먹거리'로 평가받는 기업금융·투자은행(IB) 업무는 점포 없이 진행하기 어렵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상품인 중금리 대출은 위험성 대비 수익성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고 언론 등으로부터 지적받은 바 있다"면서 "케이뱅크 수신 금액 중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다는 점은 금융소비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치적 쌓기'로 해석된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금융위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고, 타개책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택했다는 관측이다. 앞서도 금융위는 은산분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도입부터 밀어붙인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제도적 정비가 안 끝났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재무적 성과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았으며, 2호인 카카오뱅크도 출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 번째 인가를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초기 반응이 좋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관련 법 개정 이후 추가 인가를 추진하겠다는 지난 2015년 계획은 그대로"라는 입장이다. 다만 끊이지 않는 3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