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잡음' 여전
입력 2017.05.17 07:00|수정 2017.05.17 16:22
    '국민연금 코드 도입' 용역 공고
    입찰은 5월 황금연휴 직후 마감
    "입찰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 비판
    •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결정했지만, 최근 낸 연구 용역 공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제안서를 제대로 준비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입찰 기간을 짧게 설정한 탓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오후 5시 24분 조달청 나라장터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연구 용역' 공고를 게시했다. 입찰 기간은 이달 2일 10시부터 8일 오후 5시까지. 1일(근로자의 날)·3일(부처님 오신 날)·5일(어린이날) 등 공휴일과 마감 당일을 제외하면 용역을 준비할 수 있는 날은 4월 28일·5월 2일·4일 등 총 3일 뿐이었다.

      국민연금은 제안요청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현황 ▲해외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사례(운영 현황 및 국민연금·해외 기관투자자 간 주주권 행사 차이점 비교 포함)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 관련 검토(법률적·운용상 제약 포함)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 관련 제언(각 원칙 별 적용 방안 포함)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요구하는 내용을 준비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한참 모자라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량·형식 자유'라는 조건과 요구 내용을 감안하면 장문의 보고서를 바라는 것 같은데 입찰 일정을 촉박하게 구성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제안서를 내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스튜어드십코드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 운용 자산(AUM) 규모가 커 위탁운용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에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가 구성된 2014년 말부터 초안·제정안이 발표된 지난해까지 구성원으로 참여하긴커녕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올 초에는 오히려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자체 규범(기금운용 투자 원칙에 기반한 행동 규범)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등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여파로 작년 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가 자체 규범 마련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서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를 의식해 급히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이라고 평가한다. 대선 판세를 지켜보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뒤늦게 도입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력을 이용해 즉각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 간 업계와 학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국민연금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연구 용역을 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영향 아니겠느냐"면서 "도입하겠다는 움직임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이후 절차에서 또다른 실책은 없는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