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때부터 역할 모호…문재인 정부, 금융위의 앞날은?
입력 2017.05.18 07:07|수정 2017.05.18 07:07
    '금융감독 체계 개편' 文 대선 공약
    금융업 육성·감독 기능 분리 방안
    • 최근 자본시장의 관심은 금융위원회의 '앞날'에 집중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내세우는 등 조직이 해체될 위기에 놓여서다. 출범 때부터 구조가 모호했던 금융위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을 통해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금융업 육성과 감독·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업 육성 기능은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 신설)로,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 신설)으로 분리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위의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인수위원회가 금감위와 재경부 금융정책국을 통합해 만들었다. '금융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은 금융감독 기능을 위원회 형태의 조직에 맡긴다. 자율성이 중요한 금융업 특성 상 감독 기능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비상임위원 등을 두어 민간의 개입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98년 한국에 금감위가 탄생한 배경이다.

      실제로 금감위 시절 세 명이었던 민간 비상임위원은 금융위가 출범한 뒤 한 명으로 줄어들었다. 비상임위원은 기업의 사외이사처럼 감독정책 수립 과정에서 감시·견제 역할을 맡는다. 금감위가 금융위로 바뀌는 과정에서 비상임위원의 숫자가 줄어 감시·견제 기능이 전보다 약화됐다는 평가다.

      금감위에서 비상임위원을 역임했던 한 인사는 "금감위 때 비상임위원은 시장 질서에 어긋나는 청와대나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비상임위원 수도 적고 금융업 육성까지 겸임하는 금융위는 금감위에 비해 금융감독 정책 수립 시 감시·견제 기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율적인 금융감독을 위해 굳이 위원회 형태로 만든 금감위에 금융업 육성 기능을 더한 이명박정부의 결정은 실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권 교체 때마다 정부 부처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 금융위 구조는 바꾸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지적 대로 금융위를 당장 해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를 해체하려면 법(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해서다. 별도의 인수위가 없고 당면 과제가 많은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우선 손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금융위에 먼저 손댈 계획이었으면 차기 금융위원장을 선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1~2년가량 뒤 개헌 논의가 시작될 때에 발맞춰 금융위를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