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금지됐던 '이랜드리테일의 그룹지원' 풀어달라 요청
프리IPO투자자들 당혹....이번 거래 성사될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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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이 모던하우스 매각을 발표하며 그간 진행해 온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계약 체결도 연기했다.
특히 이랜드는 그간 협상과정에서 확정했던 '이랜드리테일의 이랜드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금지한다'는 항목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장과 약속했던 이랜드리테일 프리IPO가 예정대로 성사될지 미지수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21일 밤 12시께 프리IPO 투자자들에게 "그간 논의했던 투자 조건을 일부 변경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랜드는 당초 큐리어스와 프랙시스 등 총 5곳의 PEF와 이랜드리테일 지분매각을 협상해왔다. 지난주 목요일인 18일이 매매계약 예정일이었다. 그러다 이랜드의 요구로 계약체결이 미뤄졌다.
이후 이랜드는 일요일인 21일 오전 8시께 언론사들에게 '보도자료'를 긴급배포하면서 "MBK파트너스와 7000억원에 모던하우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200%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리고는 같은 날 밤, 이랜드리테일 프리IPO투자자들에게 그간의 협상내용을 수정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MBK파트너스와 협상이 진전되자 이랜드가 프리IPO 협상조건을 바꾼 셈이다.
이랜드는 이 수정안에서 "이랜드리테일이 프리IPO이후에도 계열사 지원이 가능하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전까지 협상과정에서 이랜드와 프리IPO투자자들은 "프리IPO를 진행하면 이랜드리테일과 다른 이랜드 그룹 계열사와는 관계를 절연할 것"을 주요 조건으로 담아놓았는데 이를 철회해달라는 의미다.
이런 철회요청에 대해 이랜드는 "모던하우스를 매각하면 7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는데 이랜드리테일 프리IPO까지 같이 진행하면 그룹 내에서 이랜드리테일만 무차입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은 이랜드그룹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라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IPO투자자들은 이랜드의 태도변화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간 협상이 모던하우스 매각까지 고려해 투자자 모집이 진행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 이랜드의 일방적인 요구를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수정제안은 프리IPO에 인수금융을 대기로 한 KB증권에게는 직접 전달되지 않았다. 22일 협의를 통해 이랜드의 수정제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에 30여개의 금융 관계자가 참여한만큼 일일히 설득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요구한 '계열사 지원 금지 조항 해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프리IPO 투자자들이 이랜드리테일의 계열사 지원금지를 요구한 것도 이 점이 가장 위험도가 높아서라고 봤기 때문. 무엇보다 이랜드리테일이 향후에도 이랜드파크 등 그룹 내 부실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 하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조차 또 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랜드그룹의 협상방식에 또 다시 '불신'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거래 상대방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그룹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모던하우스 매각이나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이 동시에 추진된 것이 한쪽에서 더 나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 역할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은 지난 수년간 IPO 등이 약속됐으나 실행된 바가 없다는 점도 다시 거론된다.
이랜드그룹은 모던하우스 매각을 발표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모던하우스 매각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의 프리IPO는 일부 구조를 변경해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이랜드는 "모던하우스 매각을 하며 발생할 차액을 계열사 지원에 활용해도 되겠느냐고 프리IPO 투자자에 양해를 부탁했던 것"이라며 "다음주께 MBK파트너스와 모던하우스 매매계약, 그 다음주에 이랜드리테일 프리IPO도 매매계약도 체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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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2일 11: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