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공기업 IPO, 결국 백지화 수순 밟나
입력 2017.05.24 07:00|수정 2017.05.25 09:34
    文, 남동발전·동서발전 보유 낙후 발전소 폐쇄 예고
    정권 교체 기다리던 주관사단도 손 놔..."큰 기대 안건다"
    • 10여 년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던 발전공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정권 교체로 인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새 정부는 석탄화력발전 비율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노후 발전사의 폐쇄까지 이야기하고 있어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다. 상장 주관사들도 실무에서 손을 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후 3호 업무 지시로 미세먼지 응급 감축을 지시했다. 석탄 화력발전소 규제가 주요 내용이다. 새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기존 화력발전소의 운영 방식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규석탄발전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낙후된 석탄발전소는 일부 기간동안 운영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정부는 셧다운으로 1~2%의 미세먼지 발생량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지시의 여파는 기획재정부가 상장을 진행하려 했던 발전공기업에 곧바로 미치게 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남동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 자회사를 순차적으로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동발전 소속 삼천포 화력1·2호기를 포함해 중부발전, 동서발전의 석탄화력 노후 발전소 8기가 올해 6월부터 한 달간 가동을 멈춰야 한다. 내년부터는 연중 4개월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정부는 셧다운과 동시에 낙후된 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화력발전소 셧다운은 상장을 계획했던 발전 공기업들에겐 치명타다. 경남 고성의 삼천포화력발전소는 남동발전 산하의 발전소로, 낙후 발전소 중 발전 용량이 가장 크다. 폐쇄 시 남동발전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으로 예정됐던 폐쇄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임기 내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간 시장의 눈치만 살폈던 발전 자회사의 IPO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공기업 기업공개는 2000년 초반부터 논의된 이야기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1차 대상 기업으로 한국전력의 발전과 송전을 분리해 발전 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검토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이후 IPO로 우회해 공모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번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부딪혀야 했고, 공모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장이 성사되지 못했다.

      상장 주관사 역시 손을 놓고 있다. 주관사들은 선정 직후 실사를 진행하고, 거래소 예비심사를 대비하는 등 발 빠르게 준비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관사 관계자들은 결국 최근  현지에서 모두 철수했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기재부와 계속 논의하겠지만 큰 희망을 걸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지난 정권 당시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다. 남동발전은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동서발전은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0.1% 내외의 상장 수수료를 제안하며 '제 살 깎기'식의 경쟁을 거친 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소 축소는) 전력 수요와 전기료 부담에 대한 우려로 지난 정권들이 미뤄왔던 난제"라면서 "선거 이후 동향을 지켜보려했지만 새 정부의 기조라면 사실상 (IPO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