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해운사들이 반사이익 볼 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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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3자 물류(3PL)를 금지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물류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조와 충돌하는 내용인데다 법안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올 초 발의된 이 법안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모기업·계열사의 물량만 취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기업의 부당한 저가 운임 요구를 막자는 게 취지다.
지난해 부산-중국 노선의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1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상 수준인 250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선사들에 운임 인하를 강요하는 관행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해운업계 주장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운임이 급감한 데에는 한진해운 파산의 여파도 있었지만, 현대글로비스·삼성전자로지텍·판토스(옛 범한판토스) 등이 저가 운송을 주도한 측면이 컸다"라며 "이들은 법안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불편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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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은 CJ대한통운이 받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기준 비계열 물량은 88%에 달했다. 현대글로비스(30%), 판토스(33.6%) 등에 비해 뚜렷하게 높은 수치다.
계열사 물량 비중이 큰 현대글로비스·삼성전자로지텍·판토스 등도 법안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수익성 감소는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승계 이슈와 맞물려 진행될 지배구조 재편을 앞두고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그룹·LG그룹은 물류업 확장 기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물류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로지텍과 삼성SDS 물류부문을 통해 물류업을 확장 중이다. LG그룹도 범한판토스·하이로지스틱스를 연달아 인수하며 물류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물류업계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법안 가결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조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이 가결될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매각·분할 등으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지켜온 대형 물류사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소 해운사들지 반사이익을 볼 지도 불확실하다. 현재의 기형적 해운 운임 구조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게 물류업계의 주장이다.
자국 물류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선진국들의 움직임과도 대비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싱가폴·일본·독일 등 물류 선진국의 경우 물류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책이 다각도로 마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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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1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