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만드는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불확실성↑
채권 투자자, 높은 수익률 원해…CP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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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가 대규모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차입금 상환에 나선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공모 회사채 대신 장기 CP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카드는 오는 29일 290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한다. 만기는 2년(2000억원), 3년(900억원)으로 구성된다. 조달 자금은 CP·공모채 등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롯데카드가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두 달만이다. 특히 이번 발행은 단일 회차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올 상반기 장기 CP 발행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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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행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온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주로 투자 수요가 풍부한 공모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일상적으로 조달한다"라며 "굳이 CP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한번에 마련하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은 흔치 않다"라고 밝혔다.
롯데카드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금 조달 기조에 변화를 줬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올해 안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롯데쇼핑이 보유 중인 롯데카드 지분(93.8%)과 롯데캐피탈 지분(22.4%)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리가 불가피하다. 지분 처리 방법으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부터 외부 매각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의 여파로 투자자들은 롯데카드 채권에 대해 과거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한 크레딧 담당 애널리스트는 "롯데카드 지분 처리에 대한 불투명한 분위기가 개별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집계한 금리 평균)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롯데카드의 만기 2년·3년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달 기준으로 각각 1.95%, 2.11%를 나타냈다.
롯데카드가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공모채에서 장기 CP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CP는 개별민평금리와 같은 지표가 없고, 발행사와 증권사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정한다.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모채보다 한결 수월하게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요 투자처는 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이 투자할만한 만기가 긴 일반 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워졌다"라며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장기 CP나 사모사채는 주로 보험사들이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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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5일 09: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