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업 해외 로드맵 짜는 CJ그룹, 저수익·현지 장벽·재무부담 '3중고'
입력 2017.05.30 07:00|수정 2017.06.01 06:22
    이재현 회장, '2020년 매출 100조' 경영슬로건 제시
    콘텐츠→식품으로 중심축 이동할 듯…공격적인 해외 투자 예고
    성공 경험도 많지 않은 식품·외식업, '무형 장벽' 높아
    대규모 해외 투자로 가중된 재무부담도 변수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종합 한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이 회장의 바람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간 그룹 차원에서 강조해왔던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국내외에서 일정 궤도에 올라섰다. 이제부턴 식품·외식 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 중심축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식품·외식 부문의 해외 사업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지 입맛과 식생활 문화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순 있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며 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된 점 또한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재현 회장은 4년 만에 참석한 공식 석상에서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그 가운데 70조원을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CJ그룹은 해외기업 M&A를 통한 외형 성장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이 31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이 가능성 높은 카드다.

      안팎에선 향후 CJ그룹이 식품·외식 사업 확장에 힘을 쓸 것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CJ CGV와 CJ E&M이 주력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콘텐츠 사업에선 자신감이 붙었다는 후문이다.

      CJ그룹은 국내 엔터·미디어 부문에서 선두권의 시장 점유율 및 브랜드 인지도를 가졌다. 중국·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아이돌 그룹을 활용한 콘텐츠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엔터·미디어 부문이 그룹에 기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그룹 전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엔터·미디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부터 매년 30~40%를 유지하고 있다.

      CJ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 영화 시나리오가 가장 먼저 거쳐가는 곳이 CJ이고, 해외에서도 CJ 브랜드를 어느 정도 알렸으니 이젠 음식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워보자는 판단"이라며 "콘텐츠 사업으론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식품·외식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해외 진출에 주력할 전망이다. 내수 식품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만큼 국내에선 매출 확장엔 분명한 한계가 있어서다. 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CJ푸드빌 등 그룹 내 식품·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이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7조원이었다. 그룹이 내세운 2020년 식품 사업 부문 매출 목표는 15조원이다.

      한 증권사 음식료 담당 연구원은 "내수시장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을 회사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목표로 제시한 매출 15조원 중 절반이 넘는 8조원을 해외에서 벌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CJ푸드빌이 6조원 이상, 비비고 가공식품(CJ제일제당)이 2조원 가까운 매출을 내겠다는 복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CJ그룹이 주도적으로 음식 한류를 만들겠다는 게 이 회장의 꿈"이라며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식품이나 외식 사업의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식품·외식 사업에 집중하는 성장 전략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적지 않다. 식품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투자 대비 수익성이 잘 나오겠느냐는 볼멘소리다. 실제 식품·외식 사업은 해외 진출 리스크가 큰 사업 중 하나다. 해외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현지 입맛과 식생활 트렌드 등을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인적·물적자원의 투입이 불가피하다. 투자 실패 시 입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쉽게 볼 시장이 아니란 지적이다.

      CJ그룹이 지금껏 식품 부문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CJ푸드빌은 중국·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서 뚜레주르·비비고 레스토랑·투썸플레이스 등 300여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푸드빌은 공격적인 해외 매장 확대를 통해 201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그나마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비비고 만두가 미국 시장에서 안착하면서 이제 막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식품·외식 사업의 경우 M&A 후 턴어라운드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업종"이라며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 큰 틀에선 합리적이지만 불안한 감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해외 현지 시장에서 자리 잡은 식품 브랜드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 많다. 해외 브랜드가 아닌 국내 토종 브랜드로 해외 식품·외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개인적인 신념을 거스르면서까지 M&A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전언이다.

      가중된 재무부담 역시 고민거리다.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대한 성과가 더디게 나타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차입에 나서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16년 말 기준 CJ그룹 연결 총차입금은 9조7000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연결기준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1조6000억원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실탄이 넉넉지 않아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차입금 등 재무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에 집중하는 게 도리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