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서는 "배당 확대 요구 하지 말라는 셈"
단순 배당 요구, 경영 참여로 보기 어려워
"연기금 특례 확대 적용…주주권 강화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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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핵심 공약인데다가 소액 주주 운동을 주도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영향이다.
새 정부 출범 보름여 만에 '1호' 도입 기관투자자(JKL파트너스)가 나왔고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도 올해 말을 목표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자본시장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던 지난 몇 달 간과는 다른 분위기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5% 룰(Rule)'이라고 불리는 주식 대량 보유 공시 제도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로 인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주주권) 강화 사안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지금이 5% 룰을 정비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5% 룰은 ▲상장사 발행 주식을 5% 이상 취득하는 경우 ▲5% 이상 보유자가 1% 이상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 ▲보유 목적을 바꾸는 경우 5일 이내에 한국거래소에 보고(공시)해 시장에 알리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일부다. 주식을 5% 이상 확보해 이 사실을 공시할 경우 지분 보유 목적(단순 투자·경영 참여 등)을 함께 알려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시행령을 통해 특정 항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자한 회사에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려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 참여 목적이라고 공시할 때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하면 배당 확대 요구를 하지 말라는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나 이익잉여금 규모에 비해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에 '돈 쌓아두지 말고 배당하라'고 단순히 요구하는 행위를 경영 참여로 간주하기는 모호하지 않느냐"면서 "주주권 확대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바란다면 연기금이 적용 받는 특례 조항을 민간 기관투자자에게까지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 참여가 아니더라도 투자 회사에 추가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단서 조항 덕분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말 국내 기업의 배당 확대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이나 공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 등'에 한해 특례를 부여하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주주 자본주의 확산·후진적 지배구조 개선·회계 투명성 강화 등 한국 자본시장을 선진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배당 확대가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임을 감안하면 5% 룰 완화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코스피(KOSPI) 상승세를 이어갈 요인으로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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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