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대체투자 관심…정책적 장려도
금리 상승기, 수익률 등 악영향 예상
"시장 모르는 개인 투자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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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의 '텃밭'이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의 문이 개인 투자자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국내 금융회사와 대체투자를 향한 관심이 높은 개인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서다.
시장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지만 수익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투자 기간이 긴 부동산 특성상 회수(exit) 가능 시점인 5~10년 뒤에는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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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펀드의 절반 규모였던 해외 부동산 펀드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펀드의 순 자산 총액은 지난 2015년 23조원에서 2016년 25조원으로 8.7% 늘었지만, 해외 부동산 펀드는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22조원으로 69.2% 커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에게 재간접 펀드 투자가 허용된 덕분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공모·사모펀드의 재간접 펀드에 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백만원 단위의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해외 상업용 빌딩을 향한 개인의 관심이 높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사들도 앞다퉈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인수 후 재매각(sell down) 형태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호주 연방 정부 청사 인수(2017년 3월·인수 총액 2900억원), 한국투자증권의 프랑스 노바티스 사옥 인수(2016년 12월·48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의 독일 도이치텔레콤 사옥 인수(2016년 10월·2640억원) 등이 그 사례다.
개인의 수요를 바탕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예정이지만 '실속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들어 실물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자산전략 담당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는 동안 부동산 포함 실물자산의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면서 "앞으로 점진적인 금리 상승이 예상돼 부동산의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해외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기관이 투자를 거절하는 거래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 1월 미국 월마트 매장 인수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나자산운용과 함께 지난해 9월 현지 부동산 투자회사와 조건부 매매 계약(SPA)을 맺고 조건을 조율했으나 수익률이 낮아 기관 참여가 저조하겠다는 판단에 투자를 철회했다. 하나자산운용은 개인에게 재매각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준금리 인상시기라 현지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레버리지 효과 탓에 해외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힘든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은 금융사가 주관하는 클럽 딜(club deal)에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금융사 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투자 여건이 바뀌면서 손바뀜 가능한 투자 물건을 발굴할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부동산 자체의 내재 가치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임차인의 명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폐쇄적인 부동산 투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환매가 어려워져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체투자 담당자는 "한국 금융사나 기관의 투자 관행을 보고 최근 해외에서 임차인의 '타이틀'을 내세운 상품을 갖고 국내에 들어와 마케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수익률 등 조건이 나빠 기관이 거부한 물건을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개인이 투자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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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30일 14: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