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 큰 물류가 나서야"…마음 급한 CJ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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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과 주력 계열사인 CJ대한통운 간 투자 전략이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에 그룹 M&A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투자 성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오는 사업이 물류 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사자인 CJ대한통운은 지난 몇 년간 적지 않은 기업 인수 거래를 진행해온 만큼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룹과 주력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에 맞춰 적극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을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CJ그룹은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과 함께 2030년엔 3개 사업 부문을 글로벌 시장에서 1위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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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해외 M&A 앞단에 설 주체로 CJ대한통운을 지목하고 있다. 그룹이 내세운 선(先) 외형 확장 후(後) 수익성 제고 전략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업 부문은 물류 사업이라는 판단이다. 현지 물류 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기업이 담당하던 물량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비교적 빠르게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이 편입 직후부터 지금껏 꾸준히 해외 기업 M&A에 명함을 내민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지난 5년간 8건의 크고 작은 해외 기업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다. CJ대한통운은 2011년 CJ그룹에 편입됐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콘텐츠(CJ E&M·CJ CGV)나 음식료(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의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이들 사업은 실적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콘텐츠와 달리 물류는 M&A 대상이 명확하다는 점도 그룹이 CJ대한통운에 적극적인 M&A를 주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그룹의 기대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내부에 무리하면서까지 해외 M&A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과거 동아건설과 금호그룹에 인수되며 겪었던 자금 압박에 대한 후유증이 구성원들의 DNA에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이미 인도 물류 기업 다슬과 중동·중동아시아 물류 기업 이브라콤 등 두 건의 M&A 거래를 진행한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CJ그룹과 CJ대한통운 간의 시각차는 현재 그룹이 추진 중인 베트남 물류사 제마뎁 거래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마뎁 인수를 두고 인수 주체인 CJ대한통운과 CJ그룹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거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룹과 계열사 간 엇박자 때문이란 후문이다. CJ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마뎁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CJ그룹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제마뎁의 물류 사업 부문만 인수하려던 와중에 현지에서 별도의 주식 매각 작업이 이뤄지면서 거래 조건 조율 문제 등으로 (거래가)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그룹과 CJ대한통운이 해당 딜(Deal)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 다른 점도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CJ그룹이 추진했던 크고 작은 거래에 관여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CJ대한통운과 CJ그룹 간 성향 차이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룹 내부에서조차 CJ대한통운과 비교하면 과거 CJ그룹이 CJ제일제당과 CJ E&M·CJ CGV 간 조직 문화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고생했던 일은 '일도 아니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제마뎁 인수를 두고 CJ대한통운은 처음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 측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그룹의 큰 전략과 (CJ대한통운에) 요구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대로 따르기엔 애매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룹과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각 계열사마다 M&A 등 투자 조직을 담당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각 계열사 내 설치된 해당 조직이 딜 소싱부터 실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검토하고, 지주사인 CJ㈜ 내 관련 조직은 각 계열사가 올린 투자 건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사업에 관여하지 않다 보니 각 계열사보단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와 지주가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의사결정이 지연돼 정작 필요할 때 나서지 못할 수 있다"며 "현재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마다 매출 목표 할당량을 줘 시장에 나온 매물을 거의 전부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런 엇박자가 계속된다면 그룹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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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