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물산 등, '내부통제 미흡'에 기강 해이 논란
삼성물산은 갈피 못 잡는 경영진에 조직도 '흔들'
어수선한 분위기, 삼성그룹 현대판 '음서제'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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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그룹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 받고 있는 미전실 핵심 임원들과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팎으로 혼선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는 직원 횡령 사건이 줄이으면서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오너의 부재가 장기화하고 의사결정 라인이 희미해지면서 그룹 내 임직원들의 묵혀 있던 불만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후 대규모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자취를 감췄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건의 M&A를 진행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거래소에 상장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한화와 롯데 그룹과의 빅딜(Big deal), 국내 최대 규모 크로스보더(Cross border)거래인 하만(Harman)과의 합병을 마쳤다. 주요 거래는 모두 미전실의 재가(裁可) 후 진행됐다. 지난해에만 9곳의 기업을 인수했을 정도로 신성장 동력 마련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그룹 발 M&A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너와 미전실 등 구심점 없는 삼성그룹이 가진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전실의 핵심인력들이 삼성전자로 대거 자리를 이동해 기존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 내부 핵심인력 간 업무분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지 못해 업무 추진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전실 해체 이후 퇴임한 7명의 실장·팀장급 임원을 제외한 43명의 상무급 이상 임원 중 절반 이상(27명)이 삼성전자로 배치됐다. 미전실에서 신사업 발굴과 M&A, 구조조정과 인사 등 핵심 업무를 추진했던 '전략1팀'의 임원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기획 및 재경 부문에 자리를 잡고 기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이 전담했다. 미전실 해체 후엔 안중현 부사장(前 미전실 전략1팀)이 삼성전자 기획담당 임원으로 합류했고, 이상훈 사장의 업무를 중복으로 담당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중현 부사장은 차기 미전실장으로 거론되던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 1팀장(사장)의 퇴임 후 그의 뒤를 잇는 미전실 출신의 핵심 임원으로 손꼽힌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금융 계열사들은 인사에 큰 변동이 없어 혼란이 덜한 편"이라면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기존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이 대거 새롭게 자리를 잡으면서 IB와 국내외 증권사의 삼성그룹 담당 실무자들도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룹의 옥상옥(屋上屋)인 삼성물산의 혼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사팀 소속 한 직원의 공금횡령 혐의가 밝혀졌다. 임직원들이 출자한 '마을금고'를 운영하던 담당자가 10억원가량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그룹 차원에선 올해 들어 삼성전자 직원의 8억원 횡령사건 이후 2번째다.
사건 발생 2달여가 지난 시점까지 삼성물산 측의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 지난 15일, 인사팀 일부 직원을 사업부로 전보하고 사업부 직원을 인사팀에 배치했지만 회사측은 사건과 무관한 인사조처라고 설명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오너의 부재 후 임직원의 기강이 해이해 진 것으로 비춰진다"며 "삼성물산이 중소기업도 아니고 막내급 직원이 이 정도 금액을 횡령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관리 및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물산의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의 갈등도 심화할 조짐을 보인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가 모태다. 삼성물산 출신 기존 미전실 인력의 대부분은 상사부문 출신으로 전해진다. 미전실 해체 이후 이 인력들이 삼성물산 상사부문에 흡수되면서 건설부문 임직원들은 회사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불안감도 나타내고 있다.
삼성그룹 한 직원은 "캐나다 온타리오와 카자흐스탄 발하쉬 프로젝트 등 건설부문에선 꺼려하던 프로젝트들을 미전실에서 추진했고, 일부 프로젝트에서 건설부문은 수익성이 악화하는데 상사부문은 라이선스 등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서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며 "미전실 해체 후 상사부문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 늘어날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발표하며 내세웠던 '시너지' 효과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지난 2014년 최치훈 사장이 삼성물산 대표로 취임한 이후, 회사의 수주잔고는 급격히 줄었다. 올 1분기 수주잔고는 약 30조1000억원으로, 지난 2013년(41조3000억원)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일모직과 합병 직후 1만2000여명이던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 1분기 기준 1만여명으로 줄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수년간 사실상 이렇다 할 수주를 하지 않은 탓에 주택사업(래미안)을 비롯한 일부 사업부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수익성 악화에 최근에는 리스크매니지먼트(RM) 기능을 축소하면서 다시 대규모 수주전과 공공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물산에서 야심 차게 수주를 준비해 온 '군산 바이오매스' 수주도 롯데건설에 고배를 마셨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를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수년간 수주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는데, 최근에는 또 공격적인 수주를 진행하라고 지침이 내려오면서 임직원들이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줄었고 수시로 팀이 바뀌고 있는데 여기에 수년간 이렇다 할 수주가 없는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성과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고 임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주요 계열사 대표, 경영지원실장, 인사팀장 등 주요 보직에 자리 잡고 있는 임원의 자제들이 해당 회사 또는 타 계열사에 입사하면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자조 섞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한 관계자는 "주요 임원들의 자제들이 삼성그룹에 입사해 있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면서 "기존에 금융계열사들이 잘 나갈 때는 유력 정치인과 주요 임원 자제들의 스펙을 쌓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가장 똑똑한 자제는 생명으로 그다음은 화재와 증권 순으로 배치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미전실 해체와 더불어 그룹 차원의 공채도 폐지된 상태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 자녀들이 삼성그룹에 입사한 것을 두고 특혜성 취업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임직원들 사이에서 기존에 묵혀왔던 불만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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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0일 14:4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