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투자할 만한 IT기업은 카카오뿐?
입력 2017.06.26 07:00|수정 2017.06.26 07:00
    우버·에어비앤비로 재미본 글로벌 PE
    韓 투자 시장의 미래 먹거리도 IT 등 신수종 기업
    조 단위 기업으로 클 곳 손에 꼽아…"카카오 다음 카드가 없다"
    •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카카오 관련 투자를 앞세우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이른바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신수종 기업에 투자했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국내 IT기업 가운데 투자 수익을 거둘 만한 기업은 카카오 뿐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최근 TPG와 오릭스PE 컨소시엄은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부에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투자심의위원회 절차를 마쳤다. 현재 사업부 분사 방식을 비롯한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확정하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부는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본계약은 이달 말 체결될 전망이다.

      이번 카카오 투자 건에는 다수의 글로벌 PEF들이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카카오에 러브콜을 보내왔으나 이미 TPG 주도로 거래가 상당 부분 진전된 후라 참여가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홍콩계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미국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국내 투자 시장에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하나의 투자처에 몰린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어피니티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매각하면서 카카오 신주에 재투자한 이력이 있다.

      해외에선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IT기업이 적지 않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업체들에 투자해 톡톡히 재미를 본 곳도 있다. 다수 글로벌 PE가 카카오 모빌리티에 투자를 검토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란 설명이다.

      실제 TPG는 2013년 구글의 투자 자회사인 구글벤처스와 함께 우버에 2억58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고, 지난해엔 골드만삭스·피델리티 등과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도 했다. TPG는 우버 외에 카풀 서비스 업체 라이드 등에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2014년부터 우버를 제외한 중국·인도·동남아 지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에 8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한 바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 대형 IT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 검토를 이끈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새 정부가 대대적인 4차 산업혁명 육성 계획을 내놓아 관련 신수종 업체에 대규모 정부발 투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를 바탕으로 IT기업들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게 되면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문을 자주 두드리게 될 이들 기업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투자처 확보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풀이다.

      일각에선 이번 거래가 카카오 외엔 국내 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신수종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투자업계에선 조 단위 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곳은 국내에서 카카오·넷마블게임즈·더블유게임즈 정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은 신사업"이라면서도 "과거 조 단위 기업으로 성장하며 20배 가까운 수익을 낸 네이버 같은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