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붐'…내재 가치 따져 금리 인상기 대비해야
입력 2017.06.26 07:00|수정 2017.06.26 07:00
    해외 부동산 펀드, 6년새 7배 확대
    규제 완화 효과, 당분간 인기 예상
    금리 상승기, 시장 급랭 위험 있어
    건물 임차인보다 입지ㆍ상권 봐야
    • 해외 부동산을 향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아 자산운용사와 보험사ㆍ증권사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금리 인상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차인이라는 '딱지'를 떼고 물건 자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말 순 자산 총액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22조651억원이다. 3조15억원이었던 2010년 말보다 700% 이상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체투자에 관심이 쏠린 영향이다. 수요가 풍부하고 사회적ㆍ법적 위험이 적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사ㆍ기관투자자의 부동산 투자가 집중됐다.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는 지금도 뜨겁다. 현재 국내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연 면적 3만5000㎡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 매각가는 4억2000만유로(약 5300억원)가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관(NEA)이 임차해 사용한다. 삼성SRA자산운용이 삼성생명ㆍ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과 함께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 3월 호주 캔버라에 있는 연 면적 4만㎡짜리 상업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호주 연방정부 교육부가 청사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총 매각가는 약 29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펀드(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공모펀드)를 결성해 개인투자자로부터 1410억원을 조달했다.

      해외 부동산을 향한 국내 금융사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투자 규제가 완화돼서다. 총 자산의 15%로 제한됐던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 한도는 100%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자산운용 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갖춘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한도도 10%에서 30%로 확대된다.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의결했다.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쇼핑'에 나설 전망이다.

    • 그러나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어 부동산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는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초 수단이자 레버리지(leverage) 투자의 금융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10년 초부터 2017년 초까지 7년 동안 90%가량 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됐던 2008년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해외 부동산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개별 물건의 기초 체력(fundamental)과 관계 없이 호황을 누렸던 지난 수년 동안과는 시장 상황이 다를 수 있어서다. 특히 우량 임차인을 보유한 대형 상업용 부동산을 유독 선호하는 국내 금융사 및 기관투자자의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 임차인을 보유한 대형 물건은 투자심의위원회 통과와 개인투자자 대상 재매각이 쉽지만, 계약 만기가 다가올 수록 '임차인 위험'이 커진다"면서 "앞으로는 임차인 평판이 아닌 해당 물건의 입지ㆍ인근 상권 규모 등 내재 가치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관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한 금융사가 이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일부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과 개인의 기대 수익률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기관투자자가 인수를 거부한 물건을 개인에게 재매각하는 선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동산은 투자 기간이 긴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회수(exit) 실패 및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감독당국 역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하반기 중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실태 및 위험 관리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공모로 진행되는 투자의 경우 상품 구조 및 관련 위험성이 충분히 고지됐는지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