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ㆍ기업 정부에 종속 등
'사외이사 후보 추천' 두고 우려 多
"후보 추천은 외부 기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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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관리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ㆍ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을 앞두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을 최대 주주로 두고 있는 3대 은행계 금융지주를 비롯해 금융권의 관심이 특히 크다. 행여나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정부의 입김이 더 세질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은 '주주제안권'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부분을 걱정한다. 스튜어드십코드에는 이사 후보 추천과 '문제 있는' 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 등의 사안이 포함돼 있다. 사외이사 선임에 국민연금이 적극 관여할 경우 정권 실세 주변인이나 금융당국 퇴직자의 '자리 보전'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에는 정부 측 인사가 다수 포함된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의원 5명은 고용노동부 차관ㆍ국민연금 이사장ㆍ기획재정부 차관ㆍ농림축산식품부 차관ㆍ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맡는다. 위촉위원 14명에도 보건사회연구원ㆍ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 산하 기관 원장과 농협ㆍ수협중앙회 등 정부 손길이 닿는 조직의 추천인이 선임된다.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3대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면 전략적 투자자(SI)로 간주, 해당국 금융당국이 인수ㆍ합병(M&A) 승인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보건복지부)가 사외이사를 파견해 해당국 금융회사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계 금융지주 자회사가 지점 형태로 해외에 신규 진출할 때나 기존에 진입한 현지 지점을 향한 심사도 강화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다 무산된 전례도 이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면서 "당시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파견을 직접 요청했지만, 추진 중이던 미국 새한은행 M&A 승인과 신한금융ㆍKB금융의 현지 지점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요청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과정에서도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내부 기금운용 지침에 따라 '의결권은 공단이나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행사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투자일임 재산이 주식일 경우 의결권 주주 권리는 투자자가 직접 행사하도록 강제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결정이다.
대안으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전문기관이나 위탁 운용사에 맡기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의결권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일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할 경우 '낙하산' 인사 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업은 원래 정부 입김이 강한 영역이라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부작용에 몸살을 앓아 왔다"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현재 구조에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외부에 넘겨야 '연금 정부주의' 논란이나 낙하산 인사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국민연금(GPIF)ㆍ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이처럼 주주권 행사를 외부에 위임하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되 정부 영향력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침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민연금은 "현재 주주제안권 행사를 외부에 맡기는 등의 문제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목표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사태' 이후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도 안착을 위해 국민연금이 참여하라는 시장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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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6일 17: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