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비율 최대 70~80%까지 상향 조정할 듯
주목적 투자 대상, 업력별로 단순화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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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펀드가 추가경정예산 배정에 앞서 벤처투자 업계 시장 동향 파악에 나섰다. 추경 예산 특성상 편성한 해에 모두 소진해야 하는 만큼 업계 수요에 맞춰 출자 사업을 진행, 계획대로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다.
모태펀드 출자 비율 등 펀드 조건이 완화돼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민간 자금 매칭 문제 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28일 한국벤처투자 및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 편성을 앞두고 출자 분야와 출자 비율 등 출자 사업의 세부 조건을 확정하기 위한 수요 조사를 실시, 현재 결과를 취합 중이다.
수요 조사 대상은 중소기업청에 등록돼 있는 창업투자회사를 비롯한 벤처캐피탈 업체다.
정부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태펀드에 1조4000억원을 신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정부 출자금 중 최대 규모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신규 출연 자금을 ▲청년창업펀드 5000억원 ▲4차산업혁명펀드 4000억원 ▲재기지원펀드 3000억원 ▲창업초기지원펀드 1000억원 ▲엔젤투자펀드 1000억원 등으로 나눠 운용한다는 큰 틀은 짰지만 세부 방안은 확정하지 않았다.
한국벤처투자가 출자 사업을 진행하기 앞서 전수 수요 조사를 실시한 일은 드문 일이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한국벤처투자의 추경 예산이 편성되면 해당 자금을 올해 안에 모두 소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한국벤처투자가 편성한 출자 분야 중 관광계정·문화계정 NEW 콘텐츠 등 일부 분야엔 위탁운용사로 신청한 벤처캐피탈 업체가 없어 예산이 미집행·이월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중진계정 청년창업펀드엔 신생 벤처캐피탈 업체만 몰리는 등 모태펀드 출자 사업 타당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기존보다 출자 비율을 높이고 주목적 투자 대상 조건도 완화해 투자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20~40% 수준이다.
벤처투자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행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감안하면 정부발 벤처 투자 자금 규모가 늘 경우 민간 자금 매칭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선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민간 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신규 결성된 펀드 금액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정책성 자금이 담당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기존처럼 주목적 투자 대상을 세분화해 정해놓는 방식이 아닌 창업 초기·중기·후기 등 업력별로 투자 분야를 나눠 결성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들었다"며 "출자비율도 상향 조정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 업계에선 펀딩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펀드 결성 문제는 해결했으나 그 많은 자금을 투입할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다.
다른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최근 몇 년 간 벤처 투자 시장은 내리막 없이 오르막만 있었다"며 "IT는 물론 바이오 등 신사업에 이미 많은 투자가 몰려 투자금이 필요한 분야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업력이 긴 VC들 사이에선 거품이 빠질 새도 없이 거품만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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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8일 13: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