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전 공모 회사나 계열사는 여전히 공모 '흥행'
지난해 해운사 BW 투자자 채무 재조정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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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공모 흥행에 실패한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예전과는 다른 메자닌 공모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기업 공모 BW'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BW 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 절차에 휘말린 경험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옥석가리기'에 나서게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선 1500억원 규모 두산건설 BW가 무난히 소화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비슷한 구조의 BW 발행에 3조3590억여원의 청약이 들어온 기억 덕분이다. 용기를 얻은 두산건설은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금리를 더 낮추는 등 공격적인 조건으로 발행에 나섰다.
결과는 2015년 7월 공모에 한해 분리형 BW 발행이 재허용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실권이었다. 청약은 50억여원에 그쳤고, 1450억여원에 달하는 대규모 실권주를 인수단 6곳이 떠안아야 했다.
두산건설보다 불과 일주일 전 1000억원 규모 BW 발행에 나선 동아쏘시오홀딩스엔 3조6650억여원의 청약이 몰렸다. 표면금리 0%, 만기금리 2%로 두산건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행 조건이 공격적이었다.
한달 후 5000억원 규모 BW 발행에 나선 계열사 두산중공업 역시 4조2700억여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며 공모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이 두산건설 BW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경은 무엇일까. 한 대형증권사의 임원급 인사는 "더 이상 대기업이 발행하는 공모 BW가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가 아니라는 걸 개인투자자들도 인식하게 된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 든든하고, 장래 주가 상승 가능성도 피부에 와 닿아야 BW 공모가 흥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수령으로 꼽히는 시기는 지난해 6월이다. 이 시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BW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이뤄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5월 3000억원 규모 BW를 발행했다. 당시 이 BW는 분리형 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마지막 대기업 BW 투자 기회'로 주목받았다. 각종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7500억여원에 가까운 청약이 몰렸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5년 9월, 공모 BW 발행이 재허용된 직후 '1호 대기업 BW 공모'로 인기몰이를 했다. 당시 1500억원 규모 BW 모집에 4조2480억여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BW들은 안정성과 수익성 면에서 탁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두 해운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이 BW도 채무 재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상선 BW 투자자들은 50% 출자전환, 잔액 2년 거치 3년 분활상환 조건을 받아들였다. 한진해운 BW 투자자들은 현금이 아닌 주식(자사주)으로 원리금을 상환받아야 했다.
한 증권사 영업역(RM)은 "BW는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상당부분 얼어붙은 것"이라며 "사모 메자닌 투자가 활성화되며 좀 더 좋은 조건의 상품에 투자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규모 BW 발행에 나선 두산그룹에 대한 '평판 리스크'도 거론된다. 두산그룹은 올 상반기 BW를 통해 6500억원을 조달했고, 하반기에도 두산인프라코어가 5000억원 규모 BW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7150억원에 그쳤던 공모 주식연계증권(ELB) 발행 규모가 올 상반기 8350억원으로 17% 증가한 건 두산그룹 덕분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제 BW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가 '재무적으로 이슈가 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두산인프라코어 BW 공모 흥행 여부가 두산그룹에 대한 투자 심리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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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29일 16: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