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에도 투자자 보호 안일한 엔씨소프트
입력 2017.07.06 07:00|수정 2017.07.07 10:05
    [취재노트]
    • 엔씨소프트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대감이 높았던 리니지M의 거래소 제외와 배재현 부사장의 보유 주식 처분 소식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한 회사 측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리니지M 출시 하루 전인 지난달 20일 11%가량 떨어졌다. 아이템 거래소 시스템이 제외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같은 달 16일 열었던 리니지M 쇼케이스 당시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탑재할 것이라며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거래소 제외 보도가 나오자 그제야 엔씨소프트는 "초기 버전에는 거래소 시스템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리니지M에서 거래소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유저층이 한정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니지M은 1998년 출시한 PC 온라인 버전 원작 '리니지'의 화질·그래픽을 그대로 재현했다. 30~40대가 된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아저씨)'들의 향수를 자극하겠단 의도였지만 주요 유저층도 이들로 국한되는 결과를 낳았다.

      뒤늦게 회사가 "다음 업데이트 버전(이르면 이달 5일)엔 거래소가 포함된다"고 설명했으나 이미 주가는 거래소 제외 소식 여파에 출렁인 후였다. 시장 및 투자자들은 이 같은 회사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게임사의 기업가치에 바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내용을 애초부터 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게임 담당 연구원은 "린저씨들조차 일종의 투자 목적으로 리니지M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추가로 유입될 유저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래소 이슈가 중요한데도 회사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시장의 불신만 키웠다"고 말했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소 문제가 불거진 날 배재현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는 공시가 나오며 시장의 불신은 더 커졌다. 주가 역시 2거래일 연속 하락해 34만원선까지 떨어졌다.

      배 부사장은 6월 9일, 13일 이틀에 걸쳐 총 8000주를 4000주씩 각각 40만6000원, 41만8087원에 처분해 32억여원을 거뒀다. 지분 매도 공시를 낸 당일 종가(20일·36만1000원) 기준 8000주의 가치는 28억여원이다.

      더구나 지난달 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리니지M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분류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부 결재한 시점과 배 부사장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이 공교롭게 겹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신의 벽은 더 높아졌다. 엔씨소프트가 "회사가 해당 공문을 파악한 시점은 14일이며, 배 부사장 개인적으로도 내용을 알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증권사 게임 담당 연구원은 "(게임물관리위원회) 내부 결재가 난 날과 매도 시점이 겹쳐 사실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졌다"며 "거래소 제외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이어 주요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이미 엔씨소프트에 실망할 대로 실망한 투자자들의 원성은 이후 회사 측의 어설픈 태도로 인해 더욱 거세졌다.

      금융당국이 배 부사장의 불공정 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배 부사장의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매도한 가격보다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야 스톡옵션을 행사하고자 했다는 회사 측 설명에 조금이라도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는 이달 초 리니지M이 출시 12일 만에 누적 가입자수 700만명을 돌파하고, 1일 일 매출 130억원을 달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이익 제고를 위해 보유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모바일 게임 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등 고민하기보다 언론 플레이로 어설프게 (논란을) 무마시키려는 태도로 불신만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이 게임업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회사 측의 미숙한 태도가 포착되며 '게업업종 투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는 원래 주가 관리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지만 과거 넥슨 김정주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주가 관리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본시장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궁금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