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이 휴젤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제한(Lock Up)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인수 계약을 성사시켰다. 유상증자 참여 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됨을 이유로 거래소에 락업 해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대주주 지분은 락업 기간 만료 후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거래소는 락업 기간 중 경영권을 처분한 데 대해 매각제한 기한 연장 등 제재 조치할 예정이지만 거래 종결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과 휴젤 측은 지난 6월 경영권 거래 본계약을 체결했다. 베인캐피탈은 먼저 이달 중 354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인수하기로 했다. 이달 14일 거래대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인수 대상에는 휴젤 지분 24.3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동양에이치씨(특수목적회사)의 지분 100%도 포함되어 있었다. 홍성범 서울리거 원장(43.31%)ㆍ문경엽 휴젤대표(43.31%) 등이 보유한 지분이다.

거래소는 휴젤이 2015년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때 최대주주 동양에이치씨가 보유한 휴젤 주식에 2년간 매각제한 기간을 설정했다. 동시에 거래소는 동양에치씨가 휴젤의 경영을 위해 설립된 명목회사(SPC)인 점을 고려, 홍성범ㆍ문경엽 씨가 보유한 동양에이치씨 지분에 대해서도 2년의 락업을 지정했다.

보호예수된 지분은 올해 12월 24일 락업이 해소되기 전까진 원칙적으로 매매가 불가하다. 휴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일부 PEF 운용사는 락업 기간 중엔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베인캐피탈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 달여 전 거래소에 직접 문의했다. 동양에이치씨가 최대주주에서 물러나면 동양에이치씨 주주들의 락업도 해지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를 머저 진행할 경우 베인캐피탈은 휴젤 지분 98만주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에 오른다.

거래소는 베인캐피탈에 락업 해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예외를 인정해 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베인캐피탈은 거래소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동양에이치씨 지분 인수는 미루더라도 유상증자와 CB 인수는 이달 중 마무리 하기로 했다. 동시에 동양에이치씨 지분도 락업이 걸리지 않았던 지분 13.39%만 먼저 확보한다.

나머지 홍성범, 문경엽 씨 보유지분은 락업이 풀리는 12월 양도받을 예정이다.

거래 대금도 7월과 12월에 나눠서 지불한다. 베인캐피탈은 금융회사들로부터 5350억원(한도대출 1100억원 포함) 규모 인수금융을 조달하는데 이 역시 시기에 따라 절반가량씩 빌리기로 했다. 담보는 신주와 CB, 동양에이치씨 지분이다.

거래소는 락업 기간 중 경영권을 매각한 휴젤과 동양에이치씨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락업 기간을 어기고 예약 매매를 체결한 동양에이치씨 최대주주(홍성범, 문경엽씨)의 지분에 의무보호예수기간을 1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락업 주식에 대해 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의무보유기간을 1년 가산할 수 있다.

휴젤에 부과된 2년의 락업 기간 중 6개월만 강제 의무보유기간이고, 남은 1년 6개월은 자체보호예수 기간이었다. 거래소가 6개월의 강제 의무보유기간이 지난 후부터 1년을 더 연장하더라도 이미 해당 기간이 경과한 셈이다. 제재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동양에이치씨 지분을 연말에 양도받는다 하더라도 베인캐피탈은 투자회수(엑시트)에 대한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배정받는 신주 지분도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 있다. 어차피 내년 7월 말까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락업 기간 중이라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휴젤과 베인캐피탈은 거래를 강행했다"며 "이런 사례는 드문 경우고 현재 제도상으론 실질적인 규제 방안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