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토즈·휴젤이 보여준 허술한 보호예수제도
입력 2017.07.13 11:25|수정 2017.07.14 10:40
    [취재노트]
    • 선데이토즈와 휴젤은 의무보호예수제도의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 경영권 매각을 성사시켰다. 상장 기업수를 늘리기 위해 허들을 내린 거래소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묘수가 없어 보인다. 장기간 주식를 매매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약속을 믿었던 투자자들만 불리해졌다.

      거래소는 신규 상장 시 구주주들이 일정기간 매매를 하지 못하도록 '의무보호예수'기간을 설정토록 한다. 최대주주 혹은 경영진들의 지분이 주 대상이다. 상장 이후 대량 매매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고 경영권 분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거래소가 지정한 의무보호예수 기간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이다. 주주들은 자발적으로 보호예수기간을 늘릴 수 있다. 6개월간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끝내고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4년까지 락업 기간을 걸기도 한다. 락업을 약속한 주식은 해당 기간동안 예탁결제원에서 매매를 할 수 없도록 지정한다.

      거래소의 의도대로라면 경영권 분쟁이나 변경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이 기간 중에도 경영권이 변경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먹튀' 논란으로 번졌던 선데이토즈와 최근 글로벌사모펀드가 인수한 휴젤이 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선데이토즈는 지난 2013년 10월 하나그린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의 5배까지 뛰어올랐다. 상장한 지 5개월만에 이정웅 대표를 포함한 선데이토즈 경영진 3명은 스마일게이트에 보유지분 21%를 매각하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이 대표와 경영진들은 '먹튀'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2년간 매각이 제한된 주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한지 5개월만에, 그것도 주가가 최고점인 시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탓이다.

      경영진 측은 보호예수가 끝나는 2016년 11월 6일 이후 주식을 양도하는 '예약 매매'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경영권 변동으로 선데이토즈 주가는 전일 대비 8% 가량 떨어졌다.

      코스닥 기업 휴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근 경영권을 넘겼다.

      휴젤의 최대주주 동양에이치씨는 보유 지분에 대해 상장 후 2년간 락업을 약속한 바 있다. 동양에이치씨의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서도 2년간의 매각 제한을 걸었다. 명목회사(SPC)인데다 창업주와 공동 창업주간의 경영권 분쟁이 우려되자 거래소와 회사 측이 상장 전 강경한 방법으로 이를 해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휴젤은 지난 4월 베인캐피탈에 휴젤과 동양에이치씨의 경영권을 넘기는 포괄적 경영권 양수도 거래를 체결했다. 락업 만료가 8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베인캐피탈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교환사채(CB) 발행에 참여해 이달 말 최대주주에 오른다. 락업이 걸려있는 동양에이치씨 지분에 대해선 선데이토즈 사례처럼 예약 매매를 체결했다. 락업이 끝나는 오는 12월 23일 이후 주식을 양도받는다.

      적어도 락업 기간엔 경영권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겐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보유 주식에 스스로 매각제한을 걸었던 경영진이 이런 식으로 예약 매매를 체결하는 걸 예상하긴 쉽지 않다.

      문제는 거래소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22조에 따르면 계속보유의무 대상자가 주식을 양수도 계약 등의 형태로 체결할 경우 거래소는 매각제한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애니팡의 경우 의무보유기간은 1년이었고, 뒤에 1년은 자발적 보호예수 기간이었다. 거래소가 매각제한을 1년 연장한다고 해도 자발적 보호예수와 끝나는 날이 같아 효용이 없다.

      휴젤이 경영권을 넘겨도 거래소는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휴젤과 동양에이치씨의 의무보유기간은 6개월이었고, 자발적보호예수기간이 1년6개월이었다. 1년 더 매각 제한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자발적 보호예수기간보다 짧아 제재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두 사례로 의무보호예수제도의 약점이 드러난만큼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와의 약속을 어긴 기업에 대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NG생명, 삼양옵틱스 등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기업들도 상장한 상황이다. 투자회수 기회가 있다면 락업이 끝나지 않아도 같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도 이런 허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경우가 흔하진 않은데다 상장 세칙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게 전부"라며 "거래소가 이 이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거래소는 이런 사례에 강경하게 대응했다가 상장하려는 기업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정권 이후 상장 기업수를 늘이기 위해 기준을 완화했다. 2년이었던 의무보호예수기간도 6개월까지 줄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영 안정성을 위해 보호예수기간을 다시 연장하면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것"이라며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