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혁명 목전, 기업 구조조정 빨라질 것"
스스로 구조조정하도록 분위기 조성 필요
새 수장이 밑그림…관료 선임 여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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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지부진했던 금융권 컨트롤타워가 서서히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 금융위원장으로 지목된 최종구 내정자가 18일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먼저다. 이후부터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금융 개혁'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선 두 정권이 민영화를 추진했다 번복하며 정체성이 모호해진 KDB산업은행(산은)도 주요 개혁 대상이다. 이번 정권에서는 산은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존립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5년 통합 산은이 출범하며 선포한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라는 방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 보여줬던 '산은식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기업이 망가진 다음 산은이 직접 '수술'에 나서는 것은 이미 효력이 떨어진 90년대식 방식이라는 평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서 진행된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성공률은 32.4%로 이전(52.1%)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침체 만성화와 4차 산업혁명 도래가 맞물리면서 구조조정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상황. 재계 5대 취약 업종(조선ㆍ해운ㆍ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의 위험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금속가공품ㆍ전자부품ㆍ기계장비ㆍ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업 등 업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결국 새로운 산은의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 패러다임 변화'가 필수불가결한 목표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기업의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채찍질'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례로 위험 기업을 선별해 매년 일정량의 여신을 회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산업 전망이 부정적이거나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 1년에 5~10%가량의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등의 방식이다. 선제적인 자구(自救)책 마련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산은은 기업의 여신 회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 상환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만기는 어렵지 않게 연장할 수 있다. 2016년 말 기준 3년 미만 대출이 87조4607억원으로 전체(125조1075억원)의 69.9%를 차지하지만, 만기 연장이 어렵지 않으니 장기 대출이나 다름 없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극약 처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산은이 여신 회수를 통해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세계적인 구조조정 추세 변화에 발을 맞춰 따라갈 수 있다"면서 "다만 이때도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의 '방향키'는 기업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고 산은은 이러한 상황을 조성하는 역할만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여신을 회수해 생긴 자산 여유분은 더 작은 기업을 지원하거나 벤처캐피털(VC) 확충ㆍ신(新) 산업 육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에 집중됐던 자산을 더 작은 기업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산은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면서 "이는 시장 실패 보완이라는 정책금융기관의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산은의 역할론은 정권 차원에서 확립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밑그림은 새 산은 수장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권 교체기에도 자리를 지킨 인사는 이형구 전 회장(1993년 문민정부)이 유일했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이동걸 회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오느냐에 따라 산은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은에서는 수장을 직접 배출할 때도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생한 지 60년이 넘었음에도 외부 인사에 지휘권을 늘 내줘야 했다"는 산은 관계자의 탄식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는 대부분 전ㆍ현직 관료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시 28회)ㆍ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29회) 등이 차기 수출입은행장ㆍSGI서울보증보험 사장 후보로 함께 거론된다. 이외에도 일부 민간 금융권 인사가 물망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관료 출신 수장은 정부와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래저래 '간섭'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힘 있는 관료가 오는 편이 낫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강만수 전 회장을 비롯해 과거 관료 출신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산은을 괴롭혀 온 '정치금융'의 오명이 따갑다는 점이 난관으로 꼽힌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호흡기'를 뗄 기업을 적절한 시기에 선별해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하지만, 정부에서 내려보내는 관료가 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크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관료 출신이거나 정부가 내려보낸 인사가 회장으로 재임했던 동안 산은이 '정권의 사금고'처럼 쓰인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정부에 매이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수장으로 앉힐 수록 기업 구조조정 등 산은 본연 업무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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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11일 18: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