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센스' 요구되는 업종도 늘어…사회초년생도 속속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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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투자 심사역들의 면면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회계사·증권사 애널리스트·컨설턴트 등 금융업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의대나 약대 등 의약 계통과 디자인 같은 예술 전공 등 산업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력들이 심사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을 채용하는 벤처캐피탈 업체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창업투자회사 투자심사역의 전공 구성에 따르면 2016년 말 의학 전공 출신자는 21명으로 전년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인문계 전공자의 비중 역시 증가했으나 과거 벤처투자 업계 대부분을 차지했던 공학 계열 출신 심사역의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 신기술금융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별도로 관련 자료를 취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금융회사들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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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캐피탈(VC) 업체 운용역은 "회계펌이나 컨설팅펌 혹은 IB(투자은행)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금융 계열 출신들 만큼이나 비금융 출신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컴퓨터공학·기계공학 등 공학 계열 외에도 의대나 약대 출신의 합류가 늘었고, 중국어·프랑스어 등 어문계 전공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는 "사실상 벤처투자업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금을 집행하는 것 자체보다도 투자하기 전까지의 심의 과정과 투자 후 사후관리가 아니겠느냐"며 "투자 집행 전후의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 금융 계열 출신을 무조건 선호하기보다 실제 비즈니스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심사역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들의 벤처투자 업계로의 합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특정 산업에서 종사했던 이력이 있는 인력들은 업종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인맥을 투자 단계에서부터 요긴하게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직접 회사를 창업한 후 외부에 인수·합병(M&A)시킨 경험이 있는, 이른바 선배 창업자들이 벤처투자 업계로 뛰어들고 있다. 소풍(SPOONG)의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첫눈을 창업한 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가 대표적이다. 의·약대 전공자나 제약사 출신 연구원·임원들도 벤처투자 업계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황만순 상무, 인터베스트의 문여정 이사, 최성락 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수의사 출신 심사역, 국악 무형문화재 출신 심사역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심사역도 있다.
국내를 중심으로 투자 활동을 하던 VC업체들이 하나둘 중국·동남아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진출함에 따라 유학파 출신들도 늘었다. 이제 막 합류한 주니어들 가운데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학부를 마친 인력이 적지 않다. 해외 대학 출신 동문들 사이에서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면서 벤처투자 분야로 눈을 돌리는 인력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로컬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투자한 회사가 사업을 하는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당 지역에서 공부했던 인력들은 아무래도 그 지역의 문화나 언어, 관례 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해외 현지 사무소가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외파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을 마치고 첫 커리어를 벤처투자 업계에서 시작하는 젊은 심사역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벤처·스타트업 지원 강화 등으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예비 졸업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궁극적으로는 문화 콘텐츠·게임 등 분야에 이해도가 높은 주니어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엔 VC업체들 내에서 젊은 인력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기술기업 창업에 국한돼 있었다"며 "최근엔 문화콘텐츠 등 분야의 창업이 급속하게 늘면서 이런 서비스를 직접 소비하는 젊은층의 '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시니어급 운용역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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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