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작년 사업보고서 "홈플러스 지난해 점유율 16.5%"
홈플러스 "실제 점유율은 23% 수준"
MBK파트너스로 인수되며 변경된 지배구조가 영향 미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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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할인점 업계가 시장 점유율 관련 공시 내용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할인점별로 공식적인 매출 발표 시점이나 사업 구조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점유율(매출 기준)을 집계하는 데 있어 적용하는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다. 공시 자료에 기반을 둬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자들은 덩달아 혼선을 빚고 있다.
연초 이마트가 제출한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작년 점유율은 각각 30.4%, 16.5%, 15.2%로 기재돼있다. 그런데 홈플러스의 주장은 달랐다. 이마트가 발표한 홈플러스 점유율엔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실적(매출)이 모두 빠져있다며, 합산 점유율은 약 7%포인트가 상승한 23%라고 밝혔다.
이마트 측은 이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에서 발행하는 '리테일매거진'의 올 1월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 설명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리테일 등이 회원사로 있는 비영리 단체다. 현재 이갑수 이마트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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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3월은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의 매출이 발표되기 전이다. 이마트는 홈플러스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수치가 아닌 다른 자료를 불가피하게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배경을 놓고 업계는 체인스토어협회가 홈플러스의 매출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스토어즈의 매출을 누락시킨 게 아니겠냐고 추측한다.
현재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로 할인점 법인이 나누어져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인수에 수월한 구조를 만들고자,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홈플러스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이런 이유로 홈플러스의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려면, ㈜홈플러스가 아닌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연결 기준 매출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체인스토어협회가 수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변경된 지배구조를 인지하지 못한 채 홈플러스스토어즈의 매출이 누락, 홈플러스의 점유율이 2015년 대비 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명시됐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록 비상장사여도 유통업계 투자자들에겐 홈플러스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다. 이마트는 이후로 정정 공시를 하지 않고 있지 않다.
출처 표기를 놓고도 투자자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에 기재된 각 사 점유율은 출처가 '통계청 및 각사'로 표기됐을 뿐 주석을 포함한 공시 어디에도 리테일매거진이란 출처는 찾아볼 수 없다. 회사가 아닌 협회 자료를 출처로 사용했다는 사실과 그 배경에 대한 이마트 측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마트는 이를 의식한 듯 올 5월 발표한 2017년 1분기 분기보고서상에는 대형마트 3사 별 지난해 점유율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2015년 점유율 수치가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줬다. 2016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이마트의 점유율(28.5%)이 1분기 자료에선 17%나 뛴 40.5%라고 기재된 것이다.
이마트는 올 1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점유율 집계 기준을 '전체 마트 매출 중 이마트 매출'이 아닌 '대형마트 3사 매출 중 이마트 매출'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시나 공시 어디에도 점유율 집계 기준 변경에 대한 회사의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대형 유통사들이 발표하는 수치가 오락가락하면서 투자자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는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자료이다. 기존에 공시한 자료가 잘못됐거나 새로이 반영해야 할 부분이 발생하면 기업은 정정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유통 업계도 유통사의 매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점유율을 집계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공시 상에 기재되는 점유율 등의 지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들이나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기업들이 오류를 발견한 이후 정정 공시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느냐의 여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타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 점유율은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라며 "특정 업체의 점유율이 1년 만에 급감하거나 급증한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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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