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부실은 SGI서울보증 몫?
입력 2017.07.28 07:00|수정 2017.08.03 12:25
    CSS, 기존 금융권과 '별다를 바 없다'
    8등급까지 대출 가능한 건 서울보증 덕분
    제도 미비로 자본확충·지배구조 우려 여전
    • 카카오뱅크가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주력 시장인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할 신용평가시스템(CSS)는 기존 은행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신용 대출자로 인한 리스크는 대부분 SGI서울보증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주주 구성과 추가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5년 예비 인가 신청 때부터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을 목표로 내세웠다. 시중은행이 담당하는 고신용자(신용 1~3등급)와 저축은행ㆍ대부업체가 맡는 저신용자(8~10등급) 사이의 중간 등급 금융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명분이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첫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용 8등급 고객에게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CSS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NICE평가정보ㆍKCB 등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나 KB국민은행ㆍ이베이 등 주주사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하는 양은 아직 많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년 8개월여 출범 준비 기간 동안 카카오뱅크만의 '차별화된 CSS' 구축에 실패한 셈이다. 카카오톡이 가진 모바일 활동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차별화된 CSS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금융사가 실패한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창했던 카카오뱅크였다.

      일반적으로 제1 금융권의 대출 대상자는 최대 6등급 고객까지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가 8등급 고객까지 상대할 수 있는 '비결'로는 SGI서울보증보험이 꼽힌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SGI서울보증과 협의를 마쳤으며 그 자료와 노하우를 활용해 (저신용자 고객 대상) 대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와 한도를 조절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중금리대출 부실을 SGI서울보증에 떠넘긴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1 금융권에서 8등급 고객에게 대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차별화된 자체 CSS 구축에 실패했다면, 중금리대출은 SGI서울보증에 전적으로 기대겠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시장은 기존 금융사들에게 정복 불가능한 '요새'처럼 여겨져 왔다. 제도권 금융사와의 거래 기록이 적어 부실율 파악이 어려운데다 경기 악화에 취약한 한계 차주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별 3개월 이상 연체율 역시 1~3등급은 0%대 초반이지만, 중금리대출 대상자인 4등급부터 1%대 중반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한 신용평가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조흥은행ㆍSC제일은행ㆍ하나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 개척에 실패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먼저 열린 일본에서도 중금리대출은 대부업체 보증을 거쳐 진행한다"면서 "국내 저축은행ㆍ대부업체는 저신용자에게 10~20%대 고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높은 연체율과 충당금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산(銀産)분리 규제로 자본금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부실 및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손실 증대는 적지 않은 위험이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비해) 주주사 구성이 단출하고 재무적으로도 안정적이라 증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케이뱅크 역시 필요시 자본을 늘릴 수 있도록 영업개시 전 증자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밑그림을 그려둔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진행 중인 증자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비금융주력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균등 증자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만약 제한없이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금융주력자에게 지분이 몰릴 경우 주주간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날에만 19만좌에 가까운 계좌를 유치하며 케이뱅크를 뛰어넘는 '화제성'을 입증했지만 인터넷은행 자체가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은행을 100% 자회사로 두는 타 금융사와는 상황이 달라 주주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지배구조 위험은 상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