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키우기 집중하는 KB증권...'효율성'은 우려
입력 2017.08.01 07:00|수정 2017.08.03 12:28
    대형사 중 나홀로 조직·인원 규모 확대
    조직 내 R&R '혼돈'...'빨리 정리해야' 목소리도
    • 합병을 마친 KB증권이 조직 키우기와 내부 실적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조직이 비대해지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증권업 외부 업황이 나쁘지 않아 실적에 가려져있지만, 침체기로 돌아선 순간 약화된 경쟁력이 발목을 잡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금융업권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인력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KB증권 임직원수는 2888명으로 지난해 말 통합 증권사 출범 때에 비해 155명이나 늘어났다. 미등기임원이 6명 늘며 43명이 됐고, 주로 영업전문가인 계약직도 100명 넘게 많아졌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경쟁사들이 인원을 20~40명가량 줄인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조직 체계도 내부에서 '방만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현재 KB증권은 5부문 38본부 103부서 체제로 구성돼있다. 출범 당시보다 본부와 부서 수가 모두 늘어났다.

      자본 규모가 비슷한 삼성증권의 경우 6본부(실) 76부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25본부 73부서로 구성돼있다. 지난 2015년 합병을 거치며 조직 구성이 비대해진 NH투자증권의 경우에도 5사업부 29본부 89부서(실)로 KB증권보단 슬림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 구성의 배경엔 두 대표의 경쟁이 있다는 게 내외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두 대표가 서로 각자 영역에서 인력 효율화보다는 조직을 키우며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 영입은 크게 늘었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윤경은 대표가 담당하는 S&T부문장에 신한금융투자 출신의 신재명 부사장이 임명됐고, RBS출신의 최문석 전무가 팀 일부를 데리고 FICC구조화본부로 합류했다. 최근엔 마이다스에셋운용에서 '적토마 멀티스트레티지 펀드'를 운용하던 서진희 상무가 고유자산운용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전병조 대표가 담당하는 홀세일부문과 IB부문도 인력이 크게 늘었다. 일부 부서는 부서별로 최대 20%에 가까운 인력 충원이 이뤄졌다. 증권가에서는 "웬만한 증권사 법인영업부서 중엔 KB증권의 러브콜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라고 소문도 돈다.

      이 과정에서 중복업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부서별 역할·책임(R&R;role & responsibility)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T부문의 경우 각각 특화영역을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중복영역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IB부문 역시 애초에 KB증권과 현대증권의 조직을 '1+1' 방식으로 합치며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통합법인 출범 후 카니발라이제이션(사내 실적 잠식) 문제가 내부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외부서 인재를 유치해 윈윈(win-win)하자는 논리로 계약직을 팀 단위로 영입하는 것도 기존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쟁 심화로 인한 비효율도 감지된다. 서로 경쟁 부문에 이로운 행동은 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 KB금융 내부 관계자는 "IB부문이 가져온 채권을 WM을 통해 셀다운(재매각)하지 않고 다른 증권사에 돌린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WM 역시 IB와의 협업에 관심이 크지 않아보이는 등 서로 상대방 대표에게 실적을 쥐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12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합병 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상반기 이익을 단순합산한 수치(644억원)보다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내부 비효율이 없었다면 KB증권이 더 큰 수익을 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더 이상 조직이 방만해지면 업황 하락시 더 큰 충격을 받게될 것"이라며 "지주 차원에서 '연말까지는 더 이상의 조직 비대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