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칠성음료·푸드·제과 '동행' 시작
덩치 큰 롯데쇼핑 부진 만회 위해 3개 계열사 부담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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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침체 늪에 빠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란 외부 변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았던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지주(가칭)에 편입될 식음료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푸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통 사업과 연결고리가 크지 않았던 이들 계열사에 롯데쇼핑 실적 부진이 전이될 우려가 커졌다.
◇ "중국 사드 여파보다 백화점 부진이 더 충격"
롯데쇼핑의 올 2분기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다.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보복에 따른 피해가 컸다. 영업정지에도 중국 현지 할인점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지급이 이어지며 대형마트 부문 영업적자 폭이 770억원으로 확대됐다.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건 단순히 사드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백화점 등 다른 사업부들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28%까지 증가한 백화점 부문은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0억원 줄었는데 그중 70%가 매출총이익 감소 몫이었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부문도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 신선식품 경쟁력이 낮아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꼬리표를 쉽게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 쇼크는 사드 영향에 따른 국내외 매출 부진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복잡한 유통 채널별 내재적 경쟁력 약화도 문제로 인식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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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지적돼 온 고비용 구조도 재부각됐다. 롯데쇼핑이란 큰 우산 아래 여러 유통 사업부가 모인 비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손질하는 작업 속도가 예상보다 많이 더딘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중국 지역의 잠재 손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 재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이 롯데자산개발을 통해 투자한 수조원대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프로젝트들은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는 데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시가로 반영되지 않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자산들에 대한 잠재 손실 규모도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지주사 전환 코앞…식음료 계열사, 롯데쇼핑과 불편한 합병작업 시작
롯데쇼핑과 묶이게 될 식음료 계열사들의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가 지주사 아래에 위치할 이들 계열사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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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오는 10월1일 롯데제과 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롯데지주(가칭)를 출범시킨다. 이에 과거 롯데쇼핑과의 연결고리가 약했거나 고리 자체가 없던 식음료 계열사 3곳이 롯데쇼핑과 사업·재무적으로 엮이게 된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롯데쇼핑이 향후 실적이 악화될 경우 이것이 다른 계열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실적이 좋으면 지주로 배당이 많이 올라가고 배당금이 나머지 3사 사업 확장에도 쓰이겠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게 되면 나머지 3사가 손실을 함께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가 각종 투자 건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불이익을 입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에 각 사별로 진행하던 인수·합병(M&A), 투자 건 등은 이제 롯데지주가 전담하게 된다. 롯데쇼핑이 중국 등지에서 실적이 악화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주 측의 자금 지원, 투자 등이 롯데쇼핑 한 곳으로 집중될 수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실적은 하향 추세에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 함께 분할합병되는 식음료 계열사들이 이를 상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라며 "실적 부진의 경과에 따라 이들 계열사에 원치 않는 희생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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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