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NH-KB-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證 순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변화에 촉각
급격한 변화 시 증권사 부실 '뇌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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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8.2 부동산 대책’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 먹거리를 찾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경기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감독기관을 비롯해 신용평가사들도 증권사의 PF 사업 부실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초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인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관리'라는 부동산 정책 방향성을 확고히 한 대책이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재건축‧재개발 규제 정비 ▲양도소득세 강화 ▲다주택자 금융규제 강화 등 투기수요 차단에 힘썼다.
이후 8월 첫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7%로, 지난주 상승률(0.57%)에 비해 이미 오름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단기 가격 조정, 부동산 거래 둔화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시장변화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2013년부터 메리츠종금증권을 필두로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이 늘었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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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1분기 기준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가 5조26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증권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다음으로 NH투자증권(3조3400억원)과 KB증권(2조5900억원)이 뒤를 잇는다.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5년 말 1조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PF 보증규모가 올해 1분기 2조4800억원으로 늘었다. 미래에셋대우도 부동산 PF 채무보증에 적극 나서며 올해 1분기 기준 부동산 PF규모가 2조560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대형사 중에선 삼성증권만이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4조원에 불과했던 신용공여형 채무보증 총액은 2017년 1분기 말 12조원으로 불었다. 신용공여형은 유동성공여형과 달리 PF 사업 부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수익이 큰 반면 부실에 대한 리스크도 크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변화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이번 정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정부가 보유세 인상, 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DSR) 전면시행, 대출금리 인상 등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유세 인상은 투기 억제를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로 여겨진다. 자산을 팔아 이익을 거두지 않고 보유만 해도 매년 세금을 물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책이 도입됐을 때 자칫하면 부동산 시장이 ‘급랭’해 PF사업 자체가 부실화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쉽사리 PF사업을 줄이기 힘든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부동산 PF를 담당하는 인력들을 인센티브제도로 운용한다. 더 많은 부동산 PF를 일으켜야 인력들이 더 큰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실질적인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줄일 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담당자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의 부동산 PF 담당 인력들은 인센티브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조건 부동산 PF 사업을 늘릴 수 밖에 없다”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유연하게 부동산 PF 사업 규모를 조정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시장 악화 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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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8일 07: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