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는 '돈 쏘기'에만 관심
운용사 간 '돈 받기' 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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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가 3차 정시 출자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출자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모두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추경 예산이 당초 정부 계획보다 줄었지만 일자리 창출 및 창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조성될 펀드를 뜯어 보면 애초에 추경 예산을 편성할 때 내세웠던 정책 목적과 거리가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 투자자의 관심도가 낮은 창업초기펀드 등이 출자 분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출자금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한국벤처투자는 예산 소진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운용사들 역시 돈 받기 경쟁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모태펀드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편성된 예산은 당초 계획했던 1조4000억원에서 6000억원이 감액된 8000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 3년 이내 기업(창업 초기 기업)에 펀드 결성액의 60% 이상을 투자하는 창업초기펀드 ▲엔젤 투자자가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면 동일한 규모만큼 추가 투자금을 내어주는 엔젤투자펀드에 책정된 예산은 각각 0원이 됐다. 사실상 해당 펀드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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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은 한국벤처투자의 3차 정시 출자사업에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청년창업펀드 3300억원(기존 계정에 있던 300억원 추가 출자) ▲재기지원펀드 2500억원 ▲4차산업펀드 2500억원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추경 예산 감액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출자금 규모가 역대 최대이고, 출자 분야 역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당초 정책 목표 달성엔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벤처 투자업계에선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조성되기 어려운 창업초기나 엔젤투자분야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면서 모태펀드가 민간에서 조성하는 벤처펀드와 다를 게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적 목적을 띄고 세금을 투입한 만큼 민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에 집중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추경 예산을 짤 때 내세웠던 초기창업 지원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재기지원이나 4차산업펀드 등 민간 펀드사업과 모태펀드가 만드는 펀드가 같다면 굳이 세금을 쏟아부어 모태펀드를 운용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출자금이 책정되면서 한국벤처투자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계적인 '돈 뿌리기'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출자금의 출처가 추경 예산이므로 편성한 해에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벤처투자는 펀드 규모 자체가 커져 결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60~8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금껏 진행된 출자사업에서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20~40% 수준이었다.
5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만드는 운용사에 최초 결성액이 결성 결성 규모의 70% 이상이면 우선적으로 펀드를 결성하고 3개월 내 추가로 민간 출자자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추가 증액방식도 허용했다. 5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한다면 모태펀드 출자금을 포함해 350억원만 모아도 펀드를 먼저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모태펀드가) 3300억원을 출자하는 청년창업 분야의 경우 총 목표 결성액이 5500억원으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조성한 청년창업 펀드 규모에 맞먹는다"며 "한국벤처투자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런저런 조건 등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사실상 어느 운용사에 돈을 줄 것인가 보다 얼마만큼 예산을 소진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어, 출자금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심사 과정이 전보다 더 까다롭거나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모태펀드 출자금을 기반으로 조성된 청년창업펀드는 31개로 총 5557억원이 운용되고 있다.
적지 않은 운용사들은 이번 3차 정시 출자를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고 돈을 받으려고 혈안이 된 모양새다. 특히 운용 실적이 쌓이지 않은 신생 운용사의 경우 이번 출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모태펀드의 출자비율이 높아 민간 출자자(LP) 모집 부담이 줄었다. 한국벤처투자의 관대한 심사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이번에 출자하는 펀드들은 관리보수가 2.3~2.5% 정도로 예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펀딩 자체에 들어가는 힘이 적게 든다는 점이 메리트"라며 "펀드 손실이 날 경우 일정 부분은 모태펀드가 부담해 평판 리스크도 낮아 누구라도 받고 싶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출자 분야가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은 분야임에도 일단 돈부터 받자는 곳도 적지 않다"며 "한국벤처투자는 예산 집행에 운용사들은 이 돈을 받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 당초 예산 편성 목적은 뒷전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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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4일 10: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