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공사·운전자금 확대 등 불안 요인 재부각
분식회계 규모 커질 시 채권 투자자 잠재손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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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 정밀 감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KAI가 발행한 채권, 기업어음(CP)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잠재손실 발생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당 수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분식회계 관련 조사 내용을 차분히 기다리는 등 아직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트라우마로 우려감이 커진 일부 채권·CP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공식 발표와는 무관하게 일찌감치 매도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AI의 공모채 발행 잔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최근엔 올 5월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당시만 해도 KAI(AA-)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긍정적' 등급전망을 받을 정도로 견고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일부 제품 매출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이상 기류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올해 채권 발행 이후 2개월 만에 불거진 분식회계 혐의로 그간 수면 아래 있던 회사의 불안 요인들은 재부각되고 있다. 시장은 미청구공사가 지난해 급증하며 영업현금흐름의 변동성이 높아진 점과 수리온(KUH) 2차 양산 사업으로 자금 소요가 확대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P 잔액은 3500억원에 이른다. 신용등급 불확실성 커지자 KAI는 올 8월말 만기도래하는 공모채 차환자금을 CP로 확보해 놓았다. 이달 들어서만 만기 1~4개월 CP를 3500억원어치 발행했다. 일부는 부족한 운영자금으로도 사용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리는 단기차입금 규모 또한 올 1분기 들어 2000억원이 추가되는 등 부실 회계 사태로 운전자금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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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투자자들은 이르면 다음달 초 공개될 금감원 정밀감리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금감원은 당장 오는 14일 제출될 KAI 반기보고서에 대해서는 회사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재무제표 정정공시 가능성을 기재하도록 했다.
감리 결과를 판가름할 핵심 사업은 3조원 규모의 이라크 경공격기 FA-50 수출 및 현지 공군 기지 건설 프로젝트다. 해당 사업에 대한 KAI 측의 회계 인식(수익 선반영)이 통상적인 수주산업에서 발생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인지의 여부가 집중 조사될 예정이다.
KAI는 지난 2013년 이라크에 24대의 FA-50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6대의 전투기를 인도받은 이라크 정부는 전체 수주 규모(1조1600억원) 중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상태다. KAI는 40%의 잔금을 받기 위해 미인도한 전투기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미인도 항공기 매각 카드를 쥔 KAI는 잔금도 당연히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봐 매출로 반영했지만, 검찰은 기존에 받은 자금을 매출로 인식한 부분까지 문제삼는 분위기"라며 "이번 문제를 매출 인식 판단의 차이로 볼 것인지, 분식회계로 볼 것인지 금감원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등급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을 우려해 보유 중인 KAI 채권이나 CP를 매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고 나섰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학습효과가 생긴 시장 투자자들이 잠재 손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매도 문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KAI 채권이 현재 매수 금지 종목으로 분류된 상태라 투자자들의 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규모가 커지면 KAI는 신용등급이 곧바로 하향조정 될 전망이다. 상장 폐지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의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상장사 전·현직 임원 또는 직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검찰이 기소하거나 금융위원회 또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되면 그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5% 이상 또는 자산총액이 2조원 기준 2.5% 이상인 경우 상장폐지실질심사 과정에 앞서 매매거래 정지를 하게 된다. KAI의 연결 기준 2016년말 자산 총액은 2조9332억원이다. 앞서 언급된 기준으로 분식회계 규모가 733억원을 넘을 경우 KAI는 주식 매매가 정지된다.
또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분식회계 규모가 KAI 채권이나 CP 투자자들이 마주할 혼란의 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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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