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기존 방카슈랑스 상품과 특화 어려워"
카카오뱅크에 관심 쏠려...기존 제휴사 입맛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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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총 9곳의 보험사와 손을 잡고 방카슈랑스 상품 출시를 예고했으나 정작 출시를 앞두고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케이뱅크는 눈길을 사로잡을 상품이 필요한 반면, 재무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굳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보니 발생한 차이로 풀이된다.
게다가 카카오뱅크 돌풍으로 케이뱅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면서 보험사들의 기대감도 줄어들었다.
당초 케이뱅크는 시중 은행을 따라 '인터넷뱅크 최초 방카슈랑스 출시'를 준비해 왔다. 주주사인 한화생명을 포함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IBK연금보험 등이 제휴사였다. 케이뱅크는 "향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특화한 혜택을 제공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시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에는 지난 7월에 첫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봤지만 오는 9월로 다시 미뤄졌다. 케이뱅크 측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양측간 조율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케이뱅크의 입장에선 서비스 초기에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유리하다. 기존 방카슈랑스와 달리 상품을 직접 권유할 수 있는 지점이나 대면 채널이 없다보니 조건이 파격적일 필요가 있다.
이러다보니 케이뱅크는 제휴 보험사들에게 보장성보험이나 변액보험 외에 '저축성보험'을 반드시 한 개씩은 출시해달라고 보험사들에게 요구했다. 저축성 보험은 시중 금리나 자산 운용이익률이 떨어져도 보험사가 약속된 최저 금리를 보장해야 해야 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중 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해 다른 상품에 비해 쉽게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다.
다만 설계사나 지점이 없어 사업비가 덜 드는 점을 감안, 케이뱅크는 수수료율을 좀 더 낮춰 받기로 했다. '케이뱅크' 전용 특화 상품을 제공할 경우 수수료의 일부를 면제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언뜻 파격적으로 보인 이런 케이뱅크의 제안은 정작 제휴 보험사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뱅크의 요구가 보험사들의 최근 기조와 정반대라서다.
IFRS17에 대비해 보험사들은 확정금리형 상품을 판매할 경우 결산 시점에 따라 시장금리를 감안해 추가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가 컸던 보험사일수록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해져 회사의 부담도 증가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최근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카슈랑스나 GA채널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주고 있다.
특화상품 개발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인터넷 은행에 참여한 이유로 채널 다양화를 주요한 목적으로 꼽는다. 인터넷은행 신규 출시로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자본여력은 크지 않아 명성에 비해 영향력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뱅크만을 위한 특화상품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보험사가 감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따른다.
결국 제휴 보험사들 상당수는 케이뱅크에 신규 상품을 따로 개발하지 않고, 기존 방카슈랑스 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관계자는 "보험에서 CM(사이버마케팅) 부문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인터넷은행도 이에 발 맞추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존 방카슈랑스 제휴 은행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화상품이 있다면 케이뱅크에서만 독점 판매할 이유가 없고, 기존 은행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터넷뱅크의 대명사가 '카카오뱅크'로 국한되고 케이뱅크에 대한 주목도가 급격히 떨어진 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케이뱅크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잡았다. 카카오뱅크가 방카슈랑스 사업을 시작할 경우 기존 경쟁사 케이뱅크의 제휴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초라는 타이틀 외엔 케이뱅크의 제휴사가 아닌 보험사들도 크게 아쉬움은 없다"면서 "보험업계에서도 카카오뱅크가 향후 방카슈랑스를 시도할지 여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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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11일 10: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