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中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냐"
주가 부양할 M&A 전략도 오락가락
-
"화장품사들이 제품 개발 의지가 줄어든 것인지, 히트 제품 성공에 도취된 것인지 '쿠션 제품'의 바통을 이어 받을만한 신제품이 보이질 않는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업계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답이 없는 형국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을 바라보는 펀드매니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쿠션 파운데이션이 출시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그 뒤를 이을 '킬러상품'이 등장하지 않은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은 화장품주를 담을 요인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파운데이션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한 개씩은 꼭 보유하고 있는 '국민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6초에 한 개씩 팔리는 제품'이라는 명성답게 어느덧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1억 개를 돌파했다.
주식 시장에선 이런 쿠션 화장품의 위상이 아모레퍼시픽의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지간한 기능과 대중성을 겸비한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국내외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쿠션 파운데이션의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쿠션 제품이 출시된 당시와 비교해 제품이 팔리는 환경도 많이 변했다. 드러그스토어(H&B 스토어)들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나서면서 아모레퍼시픽 제품만을 파는 아리따움의 색깔이 과거에 비해 모호해졌다. 대중성을 겸비한 올리브영과 같은 한국형 H&B 스토어의 성공은 아모레퍼시픽이 앞세웠던 가성비라는 제품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아리따움의 부진은 실질적인 매출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이 기록한 어닝쇼크는 국내 판매 채널의 부진 탓이 유독 컸다. 아리따움의 올 2분기 매출은 작년 2분기 대비 30%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제품들은 케이뷰티(K-Beauty)의 부작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명함을 내밀면서 에뛰드는 올 2분기 적자 전환했고, 이니스프리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그나마 주가를 부양할 만한 요소로 여겨지는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올초까지 국내 또는 아시아 지역의 색조 화장품 인수를 검토했으나, 해외 색조 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현재 적자인 미국법인의 상황이 나아지면 그 때 M&A를 검토할 계획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아모레퍼시픽의 매수 상한선을 26만원 정도로 보고 있고, 펀드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현재 28만~29만원대의 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한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들이 이구동성으로 화장품사들은 정말 답이 없는 모습이라고 푸념하고 있다"라며 "실적 부진이 꼭 사드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이익이 나와도 주가가 오른다고는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1위의 아모레퍼시픽이 별다른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사드 여파에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잘 방어하고 있는 LG생활건강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크진 않은 실정이다. LG생활건강 3개 사업부 중 화장품 사업 비중이 여전히 가장 크긴 하지만, 회사는 음료·생활용품 사업 비중이 늘리며 화장품에 실었던 힘을 서서히 빼고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사인 코스맥스에 대한 투자심리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뉜다는 평이다. 미국, 유럽 공장 투자로 차입금이 최근 급증했는데 이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해당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의 주가는 올 3분기 들어 두 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사들은 한동안은 국내 투자자들보다는, 중장기 성장성 위주로 평가하는 외국인 투자자 정도가 관심있게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18일 10: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