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선대구조, 2M 동맹, 핵심 자산 매각 등 성장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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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대체할 대상으로 현대상선을 선택했다. 정부 지원에도 현대상선은 세계 13위, 시장점유율 1.6%로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
작년 해운업 구조조정 때 현대상선은 부실한 선대 구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컨테이너선 63척, 벌크선 32척, 이외 유조선 등 총 113척(사선 33척, 용선 80척) 등의 선대 구조에서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기존 용선료의 상환을 잠시 미룬 수준에 그쳤다.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기존 용선계약 때문에 영업을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적 문제에 빠졌다.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전체 채권 2조원 중 약 1조1000억원은 출자전환됐다. 남은 9000억원의 일반 공모사채와 협약채권(사모채, 장단기 차입금)은 상환이 유예되거나 분할 상환되는 방식으로 조건이 변경됐다. 유예된 일부 차입금의 만기는 내년부터 돌아온다. 2020년에는 인하했던 용선료도 다시 정상화될 예정이다.
머스크, MSC 등 해운동맹 2M과의 관계도 현대상선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계획이 승인받기 위해선 2M 해운동맹 가입이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가입 당시 2M은 현대상선에 '공동 영업하는 아시아-미주·유럽 노선에 2M의 동의 없이 선박을 새로 투입할 수 없다'는 계약조건을 내걸었고,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원양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수 없게 됐다. 유럽, 중국, 대만 등 국제 선사들이 메가 컨테이너선(10000TEU)의 발주를 늘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신조선가(신규 건조 선박 가격)는 역대 최저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해운선사들이 선박을 구매하기 최적의 시기"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원가인 선가가 싸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돼, 선박금융 조달비용도 덩달아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2020년 도입되는 새로운 환경규제에 맞춰 국제 선사들은 선박 구입을 늘리고 있지만, 현대상선은 2M 계약기간인 3년간 발주가 제한돼 있다. 3년 후 신조선가가 상승하면 다른 동맹에 참여할 체력을 갖추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자산 대부분을 매각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던 액화천연가스(LNG) 및 벌크전용선 사업부, 부산 신항 터미널 지분 일부를 팔았다. 현대상선의 포트폴리오는 시황에 민감한 컨테이너선 위주로 재편됐지만, 사업에 필수적인 항만과 전용선서비스는 판 것이다. 현대상선은 부산 신항을 이용하는 다른 선사들 대비 1.5배 정도 높은 터미널 이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유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진해운 청산 시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직원들을 임금 유지 조건으로 40%가량 데려온 것과 달리 현대상선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상당 수는 중국 등 국제 해운사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다양한 성장 동력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현 여부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화하겠다고 나선 동서항로는 이미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 중소선사들이 경쟁하는 시장이다. 현대상선은 중복 운항을 막기 위해 인도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수익성을 위해 중요한 인도 터미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 새 먹거리로 꼽히는 ‘무인 선사’의 개발‧발주에도 현대상선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외 해운사들은 무인선사 개발을 위해 서로 데이터 공유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현대상선은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2016년 10월 정부는 해운업 금융지원 대책으로 ▲사선 매각 후 재용선(한국선박해양 1조원)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2조원) ▲터미널 투자 지원(글로벌 해양펀드 1조원) ▲캠코 선박펀드(1조9000억원) 등을 발표했다. 한국선박해양의 자본금 1조원 가운데 85%가 지난 6월 현대상선에 지원됐다.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도 현재까지 현대상선에만 9000억원 규모가 활용됐다. 사실상 정부 지원이 현대상선에만 집중된 상태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제2의 한진해운'이 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성장성이 낮은 현대상선에만 지원을 쏟기 보단 중소형 선사들에 투입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최근 산업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10조원을 중소형 선사들의 M&A에 투입하는 게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더 낫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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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18일 16: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