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엘칸토 매각하며 인수자에 180억 재투자ㆍ우선매수권도 확보
입력 2017.08.22 07:00|수정 2017.08.23 14:38
    SK PE 컨소시엄 지난 11일 납입 완료...거래액 450억
    7월 매각 완료 목표했지만 지연돼...이랜드 선·후순위 지원
    엘칸토 기존 경영진 유지
    • 제화 브랜드 엘칸토를 매각하는 이랜드가 인수자 SK PE 컨소시엄에 재투자하며 향후 경영권을 되찾을 여지를 남겼다. 후순위 출자를 추진했던 이랜드는 투자자 모집이 지연되자 선순위에도 참여했다.

      엘칸토 인수자인 SK PE-케이프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지난 11일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거래 대상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엘칸토 지분 100%다. SK PE와 케이프투자증권이 엘칸토 인수를 위해 결성한 펀드가 400억원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 나우IB캐피탈이 자체 펀드를 활용해 50억원을 지급했다.

      이랜드그룹이 엘칸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이랜드월드는 SK PE 컨소시엄에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엘칸토에 재투자했고,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이랜드월드는 SK PE가 조성한 펀드에 후순위 130억원을 출자했다. 중순위투자자로 SK PE와 케이프투자증권이 총 90억원을, 선순위로 참여한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총 180억원을 투자했다.

      선순위 투자에 이랜드그룹은 50억원을 지원했다.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음에도 추가 출자한 것이다. 예상했던 일정보다 매각이 지연되자 이랜드그룹이 선순위 투자 부족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따라 매각을 마쳐야 하는 기일이 임박하자 이랜드그룹도 당초 예정보다 많은 투자금을 지원해 매각을 성사시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엘칸토 매각건을 모던하우스, 이랜드리테일 건과 함께 지난 5월부터 검토했고, 늦어도 7월 중에 납입까지 마무리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졌다"며 "딜 규모도 크지 않은 데 더 지체돼선 안된다고 판단해 선순위 투자까지 참여해 딜 클로징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측은 선순위 투자분에 대해선 재매각(셀다운)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딜 클로징을 마친 이후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번에도 매수자와 우선매수권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알짜 계열사를 대거 처분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사정이 나아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우선매수권이나 콜옵션 조건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이랜드리테일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할 당시에도 이랜드 그룹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3자에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장치를 해뒀다. 향후 SK PE 컨소시엄이 엘칸토 지분을 매각할 때도 이랜드 그룹에 가장 먼저 매수 권리가 주어진다.

      이에 SK PE 컨소시엄도 엘칸토의 기존 경영진을 대부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이랜드 매장과 유통망은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붙었다.

      이랜드그룹은 국내 유명 제화업체인 엘칸토를 2011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당시 엘칸토는 회사정리절차 과정을 밟고 있었다. 지난 6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와 엘칸토 지분 전량을 이랜드월드에 넘겼고, 재무구조 개선 목적 일환으로 엘칸토 경영권을 외부에 넘겼다.

      투자자들은 엘칸토가 제화업체 중에선 꾸준히 이익을 내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엘칸토는 상품권 없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3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엘칸토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490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회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