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자 사업서 첫 신기술투자조합 제외…주도권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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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가 추경 예산 집행을 위해 진행한 3차 정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 접수를 마무리했다. 한국벤처투자는 모든 출자분야에 신청자가 몰려 안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번 출자사업으로 벤처투자 사업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출자사업 공고문 상에 신기술금융회사의 주요 운용기구인 신기술투자조합만 제외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16일 87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3차 정시 출자사업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 결과 125개(중복 지원 및 공동 GP 포함) 벤처캐피탈(VC) 업체가 출자를 요청했다. 계정별로 보면 ▲청년창업지원펀드 54곳 ▲4차산업혁명펀드 38곳 ▲재기지원펀드 26곳 ▲지방기업지원펀드 4곳 ▲지식재산권펀드 3곳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안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3차 출자금은 추경 예산으로 이뤄져 있어 올해 안에 모두 소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70~80%까지 높이고, 펀드결성액의 70%만 모이면 일단 펀드를 만든 뒤 추가 증액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추경 예산을 집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번 출자사업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대규모 출자자금을 이용해 운용사들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기술투자조합만 출자대상에서 쏙 빠졌기 때문이다. 신기술투자조합은 금융위원회 소관인 신기술금융회사만 결성할 수 있는 투자기구다.
이에 대해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작년 9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신기술금융회사도 창업투자조합이나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을 결성할 수 있게 돼 신기술금융회사만 배제한 것이 아니며, 크게 문제될 부분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9월 신기술금융회사가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을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진행된 출자사업에서 한국벤처투자는 공고문 상 출자대상에 신기술투자조합을 명시해왔다. 모태펀드 출자금이 많은 이번 추경 출자사업에서 처음으로 신기술투자조합을 제외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가 결국 자신들 소관인 창업투자회사만 챙긴 것이 아니겠느냐"며 "금융위가 지속적으로 창투사들에게도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자 신기술투자조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창업투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창업투자조합·KVF 보다 규제 정도가 덜한 신기술투자조합을 창투사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창업투자조합과 KVF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을, 신기술투자조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따른다.
창업투자회사를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신기술금융회사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그간 벤처투자 사업을 두고 관할권 다툼을 벌여왔다. 금융위는 2013년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든 직후 신기사 라이선스 규제를 낮추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신생 운용사들은 물론 기존 창업투자회사들은 자연히 자본금 기준이 낮고 법적 규제 정도가 덜한 신기술금융회사로 눈길을 돌렸다.
중소기업청(現 중기부)는 이에 맞불을 놓듯 창투사가 신기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운용 중인 창업투자조합을 모두 청산해야 한다는 법적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다른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융위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듯 보였던 중기부가 이번 추경 출자 사업을 계기로 운용사들에게 확실한 줄 서기를 요구한 것"이라며 "신기사도 창투조합을 만들 수 있고, 신기조합이나 창투조합 모두 펀드 규약에 따라 세부 조건들이 정해져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석연찮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3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가장 많은 운용사가 몰린 청년창업펀드에 지원한 운용사 52곳(공동 GP 포함)가운데 신기술금융회사 라이선스를 받은 곳은 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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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