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우' 간판 사고팔기에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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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이 본격화됐다. 도급 순위 3위ㆍ매출액 11조원에 이르는 대어(大魚)인 만큼 건설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매각 작업이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중국이나 중동 등 해외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은 토목 일감이나 신도시 개발 수요가 많고, 중동은 플랜트 등 캡티브마켓(전속 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산은 관계자는 "과거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한 뒤 수출 물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살린 것처럼 대우건설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의 기대처럼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 성과가 좋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 동기(5187억원) 대비 36.8%에 불과한 1907억원에 그쳤다. 대규모 부실 상각의 여파로 수주 절벽에 부딪혔고,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은 20%대로 떨어졌다.
결국 대우건설은 해외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중동ㆍ아프리카 등 제3 세계권에서 유효한 '대우'라는 간판 정도를 내세울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사업의 빈 자리는 국내 사업이 채웠다. 특히 주택 부문 신규 수주는 2조4065억원에서 3조2390억원까지 늘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작년 상반기 19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주택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올 상반기 4669억원까지 급증했다.
부실 상각 이후 대우건설의 국내 주택 사업 의존도는 66.9%(올 상반기 신규 수주액 기준)로 확대됐다. 매각 측 입장에서 대우건설 매각 포인트는 해외 플랜트가 아닌, '푸르지오'일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부문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부동산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8,2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냉각기에 접어들 기미를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택 경기 변동으로 미분양ㆍ미입주 위험이 존재해 재고가 적체되고 자금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을 책임지는 주택 사업의 분양 대금 회수 추이와 이로 인한 재무 안정성 변동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푸르지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대우건설은 상징성이 큰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좀처럼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도 수도권 주요 지역 중에서는 과천 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정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우건설은 경영 및 회계 리스크 부상으로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경쟁사 대비 푸르지오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 원매 후보로 꼽는 호반건설, 부영 등 국내 SI는 대우건설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에 주택 사업 비중이 큰 다른 대형 건설사도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 또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