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등 증권가도 부동산 PF 적극 나서
증권사, 부동산 PF ABCP 보증 시장 주역으로
당국 "부동산 쏠림 우려…진단 지표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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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권의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은행ㆍ캐피털사ㆍ증권사 등 금융권 전반이 부동산 PF 시장에 열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부동산금융부를 신설했다. 기존 부동산금융 업무는 구조화금융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관련 조직을 확대한 셈이다. 지난 5월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KB부동산' 등 부동산금융 서비스 기획을 조직 개편 목적으로 내세웠다. 관련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이 2009~2010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축소했던 부동산 PF 사업을 다시 키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편법 지주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미래에셋캐피탈도 비슷한 사례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달 투자은행(IB) 관련 조직을 개편하며 투자금융부문을 신설했다. 투자금융부문 대표는 이구범 전 부동산114 대표가 맡았다. 부동산 PF 시장 진출 계획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동산 PF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증권가다.
우선 미래에셋대우ㆍ삼성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KB증권ㆍNH투자증권 등 초대형 IB는 금융당국에 건의해 부동산 투자액 한도를 발행어음 예탁금의 10%에서 30%까지로 늘려둔 상태다. 이들 증권사는 오는 4분기 중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영업망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 5곳이 인가 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 규모는 이론적으로 14조원을 상회한다.
중ㆍ소형 증권사도 부동산 PF에 열을 올린다. 한화생명을 통해 선순위 대출 등 저리 조달이 가능한 한화투자증권은 사업비가 1조3500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재개발에 지난해 뛰어들었다. 교보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이 126%(2016년 말 기준)까지 오를 정도로 부동산 PF 사업에 열중한 결과 지난해 8.9%에 이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던 신한금융투자도 부동산 PF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업지 개발ㆍ금융 주선할 신규 사업지 발굴에 영업 등 일선(front) 부서부터 위험관리 등 지원 부서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신한금융지주의 '태도'가 바뀐 여파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 중심의 GIB 조직을 선보이면서 '힘 실어줄 테니 돈 벌어오라'고 요구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보증액은 지난해 말 13조7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우발채무(24조6000억원)의 55.7% 규모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부동산 PF ABCP 전체 보증액 중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말 2.7%에서 30%대까지 상승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재무 부담에 시달리는 건설사의 보증 비율 하락분(70.3%→39%)을 증권사가 떠안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융권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신용평가사와 함께 부동산 PF 및 우발채무의 위험도를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전체 우발채무 중 부동산 PF 비중과 대출 트랜치(tranch)까지 세세하게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전체 우발채무를 자기자본 규모와 비교하는 현재 산식에서 한 단계 나아간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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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2일 07:1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