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동성 자산 35% 보유' 유동성 규제
부동산, 기업금융 자산으로도 미인정돼
"결국 부동산 투자 가능 비율은 15%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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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이 호황을 맞아 부동산이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일찍이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IB의 부동산 투자 한도를 늘려준 것은 지난 5월이다.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한도 규제를 기존 발행어음 수탁금 10%이내에서 30% 이내로 늘리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ROE를 유지하려면 기존의 부동산 투자 한도(10%)로는 부족하다는 증권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금융위는 한도를 늘리면서 초대형 IB의 유동성 비율 규제도 구체화했다. 1~3개월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와 동일한 수준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을 수탁금의 35% 이상 보유하라는 내용이다. 고객의 환매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규제로 은행이 준수하는 지급준비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동시에 금융위는 부동산 투자액을 기업금융 의무 비율 산정 산식에서도 제외했다. 기존 투자 한도가 10%일 때에는 부동산 투자를 기업금융 관련 자산으로 인정했지만, 30%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이 조건을 바꾼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 자산이 대표적인 저유동성 자산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은 시장 주기(market cycle)의 영향이 큰 투자처 중 하나다. 투자를 위해 결성하는 펀드의 만기를 5~7년으로 길게 설정하고, 시세 차익(capital gain)과 배당 이익(income gain)을 함께 고려한다.
한 대형 증권사 IB 업무 담당자는 "기업금융과 고유동성 자산에 각각 50%ㆍ35%씩 투자하고 나면 결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5% 뿐"이라면서 "현행 규제 내에서 수익성이 좋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동성 자산 운용에 따른 고민도 있다. 금융위가 예시로 전한 1~3개월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아서다.
다른 대형 증권사 위험관리 업무 담당자는 "인가를 받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어음 발행에 따른 ROE 상승 폭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면서 "증권사가 은행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노하우를 배우려는 움직임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형 IB 기준(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맞춘 5개 증권사 미래에셋대우ㆍ삼성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KB증권ㆍ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신청서를 접수했다. 당국은 해당 증권사의 대주주 적격성 등을 평가해 오는 10월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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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