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만 보이는 카카오뱅크 사업 전략
입력 2017.08.29 07:00|수정 2017.08.30 09:43
    컨콜선 "은행 하는 일 다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만의 '무언가' 없다는 평가
    "카카오페이 합하면…" 막연한 기대 뿐
    • 계좌 수를 빠르게 늘려가는 카카오뱅크에 '고객 유치는 성공했지만, 사업 전략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의 활용성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다.

      10일 카카오 콘퍼런스콜에서는 고객센터 얘기가 주를 이뤘다. "카카오뱅크 서비스 출범 후 고객 반응이 너무 좋아 응대율 등 서비스 질이 하락했다. 최대 500명 규모의 제2 고객센터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손익분기점(BEP) 도달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은행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방카슈랑스 업무ㆍ펀드 판매ㆍ담보 기반 여신 제공ㆍ신용카드 발급 등 다양한 상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만의 '플러스 알파'(+α)가 빠졌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시중은행을 따라만 한다는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방카슈랑스 업무와 펀드 판매는 시중은행이 계열 증권사와 복합점포를 만들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다. 주택 등 담보 기반 여신 역시 인터넷은행에만 새로운 영역이다. 신용카드 사업은 새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 여파로 전망이 어둡다.

      반면 카카오뱅크가 컨소시엄 출범 당시부터 내세운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시스템(CSS)은 구축에 2~3년가량이 더 필요하다. 시중은행 대비 높은 예금 이자를 주주사(G마켓ㆍ예스24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주겠다던 '카카오유니버설포인트' 역시 준비 중이다.

      해당 산업이 먼저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주요 인터넷 은행별로 '성공 방정식'이 뚜렷하다.

      일본 최초 인터넷은행 재팬넷(Japan Net)뱅크는 초기부터 경정ㆍ경륜ㆍ경마 등 스포츠 분야 지급결제 시장을 공략했다. 스포츠진흥공사(toto) 상품 판매 위탁을 시작한 2007년 BEP에 도달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일본 내 최다 계좌를 보유한 라쿠텐(Rakuten)뱅크는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 고객을 대상으로 지급결제ㆍ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동통신사 KDDI가 설립한 지분(Jibun)뱅크는 예금ㆍ외화 거래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특화해 혁신했다. SBI스미신넷(Sumishin Net)뱅크와 다이와넥스트(Daiwa Next)뱅크는 증권사와 은행 계좌를 연계해 자산관리(WM)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사례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카카오가 구상했던 '은행ㆍ플랫폼 결합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 중 현실화된 것은 이모티콘 등 콘텐츠 소비 촉진 정도"라면서 "은산(銀産)분리 규제라는 걸림돌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안착을 위해 치밀하고 이색적인 전략을 폈던 일본 인터넷은행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에 눈을 돌린다. 카카오택시 등 기존 카카오 서비스의 수익화를 가능하게 할 '열쇠'인 만큼, 카카오뱅크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합한 차별화된 핀테크(fintech)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ㆍ카카오페이ㆍ카카오모빌리티를 합해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계획인지 시장에 알려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현재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낼 만한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