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이어 SK건설·대림산업 '시동'
기관들 A급 투자 한도 꽉 채워
현대엘리베이터 투자 마지노선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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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권 시장에 A급 회사채가 쏟아진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건설사를 비롯해 롯데오토리스, 현대엘리베이터 등 회사채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기업들도 등장했다.
발행 시장 훈풍을 타고 너도나도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수요다. 기관 투자가들이 A급 회사채 리스크 관리에 나선 터라 A급 기업들이 채권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업종, 시장 지위, 소속 그룹 등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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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첫째 주 채권 발행 일정을 잡은 기업들의 특징은 'A급'으로 요약된다. 이 때 등장하는 기업의 90% 이상이 A급이다. A+ 등급보다 A-, A 등급을 보유한 기업 수가 많다. 이들은 반기 실적발표가 끝나자마자 우량 등급 기업들이 사라진 틈새시장을 찾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조달 계획은 더 앞당겨진 분위기다.
발행 기업들의 업종은 다양하다. 일찌감치 발행 테이프를 끊은 곳들은 삼화페인트공업, 세아제강, 롯데건설 등 '굴뚝산업' 기업들이다. 이들은 계획한 금액에서 많게는 5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금리 수준도 우호적인 조건에서 확정됐다.
그중에서도 건설사들이 시선 집중을 받고 있다. 하반기 건설사 채권발행의 잣대가 될 롯데건설이 수요예측을 잘 마치면서 뒤이어 나올 대림산업, SK건설이 한시름 놓게 됐다. 롯데건설은 5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3640억원의 기관 투자 수요를 끌어모았다. 상반기 석유화학사들이 이끌었던 A급 훈풍을 건설사들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사채 시장에서 보기 드문 기업들도 등장했다. 롯데렌탈에 리스를 제공하는 롯데오토리스는 첫 발행 신고식을 치른다. 자취를 감추었던 ㈜한화도 차환발행을 재개한다. 발행 열기는 B급 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폴라리스쉬핑(BBB+)은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에 도전한다.
발행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기관 투자가들은 고민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A급 회사채 한도도 꽉 차게 된다. 각 기관마다 신용등급이나 기업별로 투자 위험도에 대한 심의가 엄격히 이뤄진다.
시장에선 다음달 말 공모채 발행에 나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투자 심리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종로 연지동 사옥 매입 자금(2500억원) 마련을 위해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3700억원이다.
기관들 사이에서 A급 회사채에 대한 추가 투자가 위험해질 것이란 반응이 슬슬 나오고 있다. 특히 발행이 늘고 있는 A-기업은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하락해도 B급 기업이 되기 때문에 다른 A급 회사채 대비 투자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김수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A급 크레딧물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대부분 희망금리밴드의 하단은 크게 확대된 반면, 상단의 버퍼는 크지 않은 수준으로 설정되고 있다"면서도 "개별 수요예측 건들이 크게 흥행하더라도 전체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개선시키고 견인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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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5일 11:1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