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가능성 이해 못하는 개인 투자자"…무관심한 운용사
정부발(發) 대규모 출자금에 개인 돈까지…'벤처 버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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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개인 투자자도 공모로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득공제를 미끼로 당국에 등록돼 있지 않은 벤처펀드가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불완전 판매를 막는 관리 감독 규제 강화가 골자다.
중기부는 개인들의 벤처투자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벤처 투자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개인 투자금은 운용 및 관리가 까다로워 굳이 나서서 운용하고 싶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시장에 정부발(發) 대규모 벤처자금이 쌓인 상황에서 개인 투자금까지 유입돼 '벤처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부 및 벤처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내달 발표하는 '중소·벤처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에 공모창업투자조합 활성화 방안에 관한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창업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운용사(GP) 요건을 강화하고, 일정 자본금 이상을 갖춘 신기술금융회사나 창업투자회사만 해당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개인들의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관련 법적 규제가 미비해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모창업투자조합은 지난 2008년 처음으로 도입됐지만 그간 단 한차례도 결성된 사례가 없다. 사모로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해 결성하는 개인투자조합과 달리 공모벤처조합은 50인 이상의 소액 개인 투자자가 출자하는 펀드로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다.
실제 개인들의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투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15년 벤처투자 소득공제가 확대되며 개인 투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2년간 개인 신규 벤처투자금 증가율은 40%에 웃돈다. 현행 세법상 1500만원 이하의 벤처 투자금에 대해선 10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1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는 50%, 5000만원 초과는 30%를 공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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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는 개인들도 공모로 소액을 출자하는 펀드가 활성화되면 벤처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 정부의 '벤처·창업 활성화' 기조에도 발맞추겠단 의도"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비상장 기업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운용 과정에서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후문이다. 특히 증권사 등을 통해 신탁형 벤처펀드를 조성, 개인 투자금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대형 벤처캐피탈(VC) 업체들을 중심으로 개인공모벤처펀드 운용에 대한 무관심이 짙은 분위기다.
개인벤처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한 대형 VC업체 운용역은 "비상장 기업은 상장 기업과 달리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 전적으로 운용을 GP(운용사)에 맡겨야 하는데 개인들은 그런 면에서 까다로운 LP(출자자)"라며 "매일 전화해서 수익률을 묻고 따지는가 하면, 손실 가능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운용사 평판만 나빠지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도 "개인자금 아니더라도 출자금을 끌어올 능력이 되는 대형사들은 사실상 개인자금에 관심이 없다"며 "운용 실적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중소 혹은 신생사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발생했던 벤처 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에만 정부 주도 하에 1조원에 이르는 벤처 투자금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개인 투자금까지 급격히 늘어나면 부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금이 흘러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운용사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시장에 자금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정 가치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투자하는 일도 비일비재 해지면서 손실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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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2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