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함께 뜨고 진 '기술특례상장'
입력 2017.09.04 07:00|수정 2017.09.05 09:07
    朴 정부 창조경제 정책...제도 개편 후 활성화
    정권 바뀐 후 정책에 대한 동력 잃었다는 평가
    상장기업 주가도 부진
    •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주목받았던 '기술특례상장'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정권 교체로 정책에 대한 동력이 사라지면서 상장 심사가 보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좋지 않다는 점도 제도의 입지를 애매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기술기업이 기술평가를 활용해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정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중 2개 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 등급 BBB 이상, 적어도 한 곳으로부터 A등급을 받은 기업은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건 2005년이지만,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 시기는 박근혜 정부 이후 제도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다. 기술 평가기간을 6주에서 4주로 단축하고, 평가수수료도 1500만원에서 5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과거 일부 벤처 기업에만 적용됐던 범위를 확대해 일반 중소기업도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상장기업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술특례상장 장벽 완화는 상장 대상 기업군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 실제로 제도 개편 후 기술특례상장은 크게 활성화됐다. 2015년에는 30곳이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해 12곳이 상장했고, 2016년에는 36곳 중 10곳이 상장했다. 제도 도입 직전년도인 2014년 10곳 중 2개 기업만이 상장한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밀면서 기술특례상장도 주목받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까지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4곳 뿐이었다.

      정권교체와 함께 인사 변동이 생기면서 활발하던 상장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최근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취임한지 11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전 정권 인사로 꼽힌다. 거래소는 내달 4일까지 신임 이사장 공모를 진행중이지만, 이마저도 절차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거래소 심사도 멈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인물이 이사장이 될 지 모르고, 그에 따라 경영진 거취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측이 심사를 강화하며 이전처럼 기술특례상장을 밀어주는 분위기도 사라졌다"며 "기술신용평가기관들도 좀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그동안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41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보다 주가가 높은 기업은 3곳 중 1곳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2년 간 상장한 기업들은 2곳(신라젠, 큐리언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다. 지난해 7월 상장한 바이오리더스는 공모가는 15000원으로 시작했지만, 29일 종가 기준 583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보다 61.13% 낮은 주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시장으로부터 평가받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미래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에 대한 우려에 거래소 측은 "작년 상반기 기준 기술특례상장을 완료한 기업도 3곳이었다"라며 "특별히 올해 들어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 초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30곳으로, 전년도의 36곳에 비해 1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