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측, 협상 도중 日업체 거래에 참여시켜
바인딩 MOU 세부 조건도 '모호'...위약금 조항 없어
새 국면 맞이한 CJ대한통운, 제마뎁 재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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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의 베트남 최대 물류사 '제마뎁'(Gemadept) 인수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매각 측과 인수자 양측이 가격을 놓고 큰 이견을 보인데다 매각 측이 태광실업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추가로 일본업체를 새 인수 후보로 끌어들였다.
거래가 파국 조짐을 보이자 수년간 제마뎁 물류 사업 인수에 공을 들였다가 놓쳤던 CJ대한통운도 제마뎁 실사를 다시 진행하는 등 인수 가능성을 되살리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내-해외업체들 간 경쟁이 불붙었던 제마뎁의 새 주인 찾기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태광실업은 제마뎁 인수 협상을 잠정 보류했다. 태광실업은 지난 6월 15일 제마뎁의 최대주주인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VIG)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전환 주식을 포함, 제마뎁 주식 51%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당시 '구속력(Binding)을 갖춘 각서'가 마련됐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측은 본계약 체결과 잔금납입 등을 단행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실업은 MOU 이후 본실사를 진행, 이에 기초해 허용된 범위 안에서 일부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매각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이런 태광실업의 요구에 격렬하게 반응,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리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양측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파국을 맞이했다.
이 와중에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태광실업에 공식적인 통보도 없이 일본에서 새로운 인수 후보를 초청하기도 했다. 동시에 태광실업과 경쟁을 벌이던 CJ대한통운도 다시 실사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했다.
MOU를 통해 배타적(Exclusive) 협상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한 태광실업은 자사와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새 후보를 접촉한 것 자체가 합의사항과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고 매각 측에 강력히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태광실업의 이런 반발이 매각 측을 제어할 만한 강제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태광실업은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과 MOU를 체결할 당시 상대방이 합의사항을 위반할 경우 물릴 수 있는 이른바 '위약금 조항'을 포함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매각 주체인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베트남 최대 물류 업체인 제마뎁을 최초부터 설립하거나 투자한 것이 아닌 다수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모여 회사가 어려울 당시 전환사채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재무적 투자자(FI)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제마뎁 매각의 최대 목표는 대외적인 평판보다는 최대 수익을 확보해 투자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기존 합의안을 몇 번씩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 가격을 써내는 업체를 선호할 것이라는 풀이다.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과거 수년간 제마뎁 물류 사업 인수에 오래 공을 들였던 CJ대한통운도 다시금 움직이는 모양새다.
CJ대한통운은 상장회사인 제마뎁이 보유한 제마뎁 로지스틱스(Gemadept logistics)를 비롯한 물류 자회사와 관련 사업부를 떼내어 사들이는 형태의 거래를 진행해왔다. 제마뎁에 대한 추가 실사가 이뤄지면서 태광실업에 뺏겼던 인수 기회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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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4일 10: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