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BNP, NH아문디도 상황은 비슷
국내사 글로벌 진출 시 현지 금융사와 합작 형태가 대세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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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국계 금융사와의 합작모델이 수명을 다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외진출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성과도 없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 시 현지 금융사와의 합작모델이 앞으로는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8일 UBS와의 10년간의 합작사업을 끝냈다. 지분 49%를 보유한 하나금융투자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바이아웃 옵션’을 행사해 UBS AG가 보유한 지분 51%를 인수하게 됐다. 이로써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3년 생명보험 사업에서 HSBC와 결별한 이후 또다시 외국계 합작모델을 청산하게 됐다.
하나금융과 UBS의 청산 배경으론 국내 금융사의 달라진 상황이 거론된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출범한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국내 금융사는 외국계 사의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겠다는 취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금융기법 측면에서 국내사와 외국계사와의 차이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평가다.
자연스레 합작모델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전만 하더라도 해외 유수의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 모델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해외에서 오히려 국내의 금융기법을 배우기 위한 합작법인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대만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에 투자한 배경도 국내 보험상품 설계 방식을 배우기 위함이란 측면도 있었다.
하나금융과 UBS와의 결별도 하나금융 측의 ‘니즈’가 컸다. 컨트롤 타워가 두 곳이다 보니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운 구조인 데다 상품개발, 영업 등에서도 이렇다 할 시너지가 크지 않았다. 당장 실적만 놓고 보아도 수년간 이익 규모가 1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10위권 수준의 중소형 자산운용사로서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기에다 UBS와의 합작이 오히려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란 지적도 많았다. UBS가 이미 해외 각지에 현지법인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하나UBS란 이름으로 똑같은 지역에 진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을 강조하지만, 하나UBS는 UBS와의 합작 관계로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라며 “합작사업을 끝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글로벌 시장 진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하나UBS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신한BNP파리바도 수년째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09년 출범한 신한BNP파리바는 출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 280억원 규모의 순이익은 지난해 140억원으로 반 토막났다. 합작설립 당시 BNP파리바의 네트워크가 양사의 시너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도 유명무실해져 현재는 사실상 신한자산운용이란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계 아문디자산운용과 합작법인인 NH아문디자산운용도 소수의 아문디 인력만 파견 나온 형태로 양사의 이렇다 할 협업모델은 없다. 궁극적으로 아문디와의 관계도 청산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외국계 금융사와의 합작모델은 현대라이프나 삼성자산운용과 같은 사례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대만 등의 금융사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금융사와 합작을 하는 경우나 반대로 국내 금융사가 중국, 동남아 등 규제가 강한 곳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의 금융사와 합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이 규제가 강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자산규모 세계 2위의 중국건신기금과 합자법인 설립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선진 금융기법을 배우겠다고 나섰던 합작법인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라며 “이제는 오히려 해외에서 국내의 금융기법을 배우거나 반대로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나가기 위한 합작법인 형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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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