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 지분 희석 불가피 하지만 추가 자구안 없어
패션·외식·레저사업 전망 부정적...투자자 유치 쉽지 않을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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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이랜드월드가 처음으로 재무구조 개선의 자구안으로 활용된다. 이랜드 그룹은 국내 사모펀드와 함께 국내 투자자를 찾고 있다. 매각 가능 자산도 많지 않고 사업 전망도 좋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이 처음으로 지주사 이랜드월드의 외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최근 키스톤 프라이빗에퀴티(PE) 측과 9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위한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분율 30% 규모다. 홍콩계 투자자를 확보한 키스톤 측은 현재 국내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과거 그룹의 재무적 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도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는 외부 투자 유치 대상으로는 쉽게 거론되지 않았다. 이랜드월드는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56%, 자사주가 45%로 사실상 박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박 회장의 지분율도 희석된다.
기존 이랜드 계열사의 매각 사례를 참고하면 투자자에 경영권을 쉽게 내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경영권을 매각하고 다시 재투자하는 형태로 재인수를 위한 여지를 남겼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이랜드월드에 가장 예민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지분 매각 의사를 들었을 때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정도"라며 "이번에도 지분 희석이나 IPO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서 '기업공개(IPO)는 사내 금기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한 의사를 밝혔던 박성수 회장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이랜드그룹의 남은 자구안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재무안정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티니위니 매각으로 6600억원 가량이 유입됐지만,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투자에 이랜드월드가 2000억원을 재투자해 효과는 반감됐다. 모던하우스의 매각 대금은 전액 이랜드리테일로 유입돼 이랜드월드 본사와 이랜드파크의 채무부담은 경감시키지 못했다. 이랜드월드의 올해 6월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의 규모는 약 9000억원이다.
이랜드월드가 전담하고 있는 패션부문 실적 부진도 우려되는 점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뉴발란스와 SPA브랜드의 실적 저하로 국내 패션부문의 실적 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패션사업부문도 2015년 이후 수익성이 저하된 이후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랜드리테일과 절연시키기 위해 이랜드파크를 떠안은 점도 부담이다. 외식·레저 부문을 주도하는 이랜드파크는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는데다, 고정비 부담이 커 실적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 현재 이랜드파크는 켄싱턴 호텔 등 리조트 3곳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국내 투자자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할 우량 자산이 많지 않은데다 향후 수익성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보류한 금융사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매각할 자산도 많지 않다"며 "지주회사의 외부투자 유치 논의가 진행된 점 역시 이랜드그룹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다는 점도 이랜드의 고충을 보여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CPS투자자에 10% 수준의 3년 평균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BBB급 회사채 조달비용과 맞먹는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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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