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씨티은행장, '文 코드' 업고 연임 도전
입력 2017.09.21 16:53|수정 2017.09.21 17:06
    22일 임추위, 내달 27일 주총 예정
    대안ㆍ노조 반대 없어 박 행장 연임?
    "자산 축소 전략 지속…고민 클 전망"
    • 한국씨티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없고 노동조합도 반대하지 않아 박진회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 씨티그룹 본사의 전략이 일자리 확대라는 정책 방향과 달라 차기 행장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 행장으로서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박 행장의 임기는 내달 26일까지다.

      씨티은행 안팎에서는 박 행장의 연임을 점친다.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확대 정책에 그룹에서도 '칼잡이' 외국인 행장을 내려보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점포 통·폐합 계획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던 노동조합도 "단기 성과에 치중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 행장보다는 그나마 (박 행장이) 낫다"며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진 않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행장 인선이 어떻게 치러지든 씨티은행의 자산 축소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개선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가 별 수익성을 평가해 자산을 늘리고 줄이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책 방향 때문에 추진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는 있어도 차기 씨티은행장 자리에 내국인이 앉든 외국인이 앉든 그룹 차원의 전략을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와 그룹의 구상이 다르니 박 행장은 연임하더라도 무난한 임기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박 행장은 취임 후 3년 간 '실행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다. 2014년 말 박 행장 취임 당시 2.5%였던 씨티은행의 총 자산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2.1%까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총 여신 점유율(국책 및 지방은행 포함)은 1.8%에서 1.5%로, 예수금 점유율은 2.4%에서 1.9%까지 하락했다.

      자산은 줄이면서도 수익성은 유지했다. 박 행장 취임 첫 해인 2015년 말 씨티은행은 22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대규모 구조조정 이전인 2013년 말 수준(2191억원)을 회복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1171억원, 순이자마진(NIM)은 2.7%다.

      그러나 분모로 활용되는 자산 규모가 줄어든 만큼 씨티은행 임직원의 1인당 생산성 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씨티은행의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1억3000만원, 총 자산 대비 판매ㆍ관리비 비율은 1.7%, 영업이익경비율(CIR)은 66.4%다. 시중은행 평균치는 각각 2억원, 1%, 49.5%다.

      은행권에서 "(점포 통·폐합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박 행장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 축소로 인해 1인당 생산성 지표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점포마저 줄이면 갈 곳이 없어진 직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본부 인원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 씨티은행에는 남는 인력을 파견 보낼 자회사도 마땅히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행장이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디지털 역량 강화와 자산관리(WM) 업무도 두각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연구원은 "씨티은행의 웹ㆍ모바일 뱅킹 시스템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면서 "WM 역시 오랜 기간 대규모로 투자해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분야지만, 씨티은행의 현재 WM 전략은 일부 지역의 거점 영업점 규모 키우기 이외에 특별한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씨티은행의 자산 축소와 이로 인한 고객 기반 약화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자본 적정성과 자산 건전성, NIM 등 지표는 시중은행 평균 대비 우수한 수준"이라면서도 "은행업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큰 볼륨 비즈니스(volume business)라 자산 축소는 시장 지위 및 고객 기반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