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 기준 까다롭다' vs '악용될 소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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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제도 변경을 앞두고 보험업계에서 차입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M&A)과 자산-부채듀레이션 관리 목적의 외부 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규모가 비교적 작고 초장기 상품 판매가 위축된 손해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운용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보험사의 제한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풀고 외부 차입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의 초장기 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른 부작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주력상품이었던 '세 만기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보장 기간이 길어 부채듀레이션을 관리해야하는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100세 만기, 80세 만기까지 보장하는 세 만기 상품은 인(人)보험 상품의 약 60~80%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감독 기준에선 보험 상품에서 발생할 예상손실액을 부채로 쌓아야 하는데 보험만기가 길어질수록 쌓아야할 부채가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오는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부채 듀레이션의 만기를 2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늘려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손보사들은 10년~20년을 납입해 상대적으로 보장 기간이 짧은 연 만기 상품으로 대체하는 모습이다. 세 만기 상품은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공적보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로 평가받아 소구력이 있었음에도, 회계기준 강화로 매력도가 떨어지는 '연 만기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갱신이나 재가입 과정 없어 사회적 수요가 있음에도 회계 제도 변경에 따라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이 상품구조를 변경하거나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선 외부 차입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부 자금으로 장기 채권을 매입하면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보사의 한 고위 임원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감독 기준을 토대로 측정한 결과 적정 규모의 외부 차입금으로 장기 채권을 매입한다고 가정해도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충분치 않았다"며 "보험사들이 강화된 감독 기준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사와 비교하면 보험사의 회사채 발행 절차는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의 외부 차입 목적은 ▲지급여력(RBC)비율 제고하거나 ▲단기 유동자금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한정돼 있다. 변제순위가 낮은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면 고금리를 감내해야 해 보험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도 보험사의 외부 차입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제안은 있었다.국내 보험사가 해외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으로만 투자하도록 해 글로벌 M&A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당시 업계의 불만이었다.
반복되는 보험업계의 요구에도 금융당국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객 자산으로 운용 수익을 벌어들이는 보험업의 특성상 외부차입을 통해 운용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에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행한 신지금여력제도에 따른 필드테스트에서 낙관적이지 않은 결과를 받은터라 업계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 변경의 대안은 자본 확충과 직결되어 있어 보험사들도 부담이 크다"면서 "감독 기준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업계의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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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1일 09:35 게재]